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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꽃 - 2부
16-01-23 20:41 5,544회 0건
집에 도착한 석현은 침실로 향한게 아니라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어 식탁에 앉았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나마 익숙해진게 혼자 술을 마시는 일이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과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한 분위기를 즐겼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자작한 소주를 마시는 일이 편했다. 소주잔을 한잔 비우고 담배에 불을 붙이며 깊게 빨아들였다.
‘여자는 역시 요물이네... 그까짓 남들보는 시선이 어떻다고... 나만 편하면 되지... 누가 뭐래도 나만 좋고 나만 편하면 되는거야...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애써 자기 자신을 위로해 보았지만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막을 수 없었다.

4년전
수원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석현은 꿈이 많은 학생이었고 하고 싶은 일이 정확하게 있는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국사 선생 석현인 중학교 때부터 가져온 꿈이다. 학기중에는 학생들과 수업하고 방학때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역사 유적이나 중요한 장소등을 돌아다니고 교직에서 물러날 때 쯤에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같은 책을 한권 내는 것이 목표였다. 돈을 받기위해 책을 쓰는게 아니라 자신이 평생 동안 연구한 성과를 정리하는 개념의 책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 꿈은 수능을 150여일 남기고 깨졌다. 중견 회사의 공장장으로 일하시던 아버지 덕에 남부렇지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불편한 것 없이 생활했던 석현의 가족은남들이 흔히 말하는 집안의 몰락을 겪었다. 평소 술을 즐기시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뇌경색으로 쓰러지시면서 석현의 모든 생활은 바뀌었다. 다행히 돌아가시진 않았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고 가장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자 가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3주간 치료비용과 입원 비용만 3000여만원... 그돈은 석현의 부모가 석현을 위해 모아놓은 대학 등록급이 었다. 그돈이 단 3주만에 치료비라는 명목으로 사라져 버렸다. 가세가 기울기 시작하자 그 많던 친척들도 등을 돌렸다. 필요할 때마다 맡겨 놓은 돈 찾아가 듯이 돈을 받아가던 삼촌들부터 큰집까지 누구하나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이런식이면 앞으로 몇 개월 안에 석현이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인... 석현이 부모가 평생 일해서 얻은 아파트조차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생각이 어린건지 현실을 몰랐던건지 석현은 순진하게 생각했다. 아버지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니 자신이 가장이고 자신이 돈을 벌어야겠다고... 그때부터 석현은 수능은 뒤로하고 빵공장 야간 아르바이트, 편의점, 주말에는 뷔페 접시 돌리기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자연히 성적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고 그런 석현을 안쓰럽게 본 석현의 담임은 석현을 붙잡아 놓고 상담을 했다. “니가 지금 힘든건 선생님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일하면 나중에 미래가 없는 삶을 살 수 도 있어 그러니까 일단 수능부터 보고난 다음에 나랑 같이 길을 찾아보자” 일하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석현을 설득한 끝에 간신히 수능시험은 보았지만 과거 성적보다는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최소한 서울 중위권 학교 사학과에 진학 할 수 있었던 성적이 30% 떨어져 나왔다. 그 성적을 가지고 담임은 며칠 동안 고민을 하다가 석현과 대면하였다. “너 지금 성적이면 경기도 권역에 학교는 갈 수 있다 그런데 성적을 남겨서 학교를 가자.... 너 학비 대기가 힘들거 아니냐? 일단 대학교에 들어가면 학교에 따라 군 장학생이란 제도가 있다더라 그 제도를 통하면 학비는 전액 면제 되니까 그 방법으로 해보는게 어떻겠냐? 단 수능 성적이 많이 합격을 좌우하니까 안전하게 대학을 조금 낮춰서 가자” 학비가 면제라는 말에 석현은 선택권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석현은 천안으로 내려갔다. 1학년 1학기 중에 군장학생 포스터를 보고 바로 시험에 응시했다. 신체검사와 체력시험, 면접을 마친 뒤 며칠이 흘렀을 때 석현에게 전화가 왔다. “국방부에서 시행하는 군 양성 프로그램 담당자입니다.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은데 만나주실 수 있겠습니까?” 전화를 받고나서 3시간뒤 석현은 블랙스톤의 선발관과 학교 근처 카페에서 1:1 면접을 봤다. 석현의 아버지가 70년대 후반 휴전선 일대에 주둔하는 사단의 중사로 전역한 경력이 있어 우선적으로 면접을 보러왔다는 선발관은 석현에게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동시에 계약금 5천, 훈련을 마치고 파병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 5천이 지급됩니다. 아~ 물론 현지에서 부여 받는 임무에 따라 급여와 수당은 따로 책정되어서 지급됩니다.” 그 말을 듣고 석현은 두말없이 지원서에 지장을 찍었다. 5천만원이면 1년 가까이 병원 신세를 지느라 생겨난 빚을 한꺼번에 해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학업에 열심히였던 여동생도 다시 집안일에 신경 안쓰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다른 모든 상황들을 정리했다.“다음달 27일 오후 3시까지 속초에 있는 온정역으로 오시면 우리 사람들이 마중 나와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마음껏 즐기다 오십시오”
석현이 돈을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친한 대학 친구들에게 술을 사는 일이었다. 주말마다 뷔페에서 일을 하긴 했어도 밥값과 교통비하기도 빠듯했기에 얻어먹은 기억은 있어도 친구들에게 술한잔 산 기억은 없었다. 그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셔본 날이다. 항상 빈대 붙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과 동기들과도 쉽게 어울리지 못했는데 오늘 만큼은 돈에 굶핍한 석현이가 아니라 가세가 기울기 전의 석현으로 돌아가 있었다.

입대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단지 입대하는 석현을 보고 말없이 눈물 흘리며 새벽밥을 지어 주시던 어머니 생각에 약간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온정역에 도착하자 시골역 치고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온정역 앞 역전 식당가들은 때 아닌 성숙이라도 맞은 듯 시끌벅적 했고 구멍가게라 불리어도 손색없을 슈퍼 앞에는 간이 테이블에서 술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게 생각하던 석현은 이내 그 이유를 찾았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자기 또래이거나 약간 더 많은 사람들이었다. 입대하는게 자기자신만이 아니라 여기 모인 사람들과 모두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자신과 처지가 같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석현도 늦은 점심을 먹고 역근처에서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역 광장쪽으로 군용 트럭 수십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간이 천막이 설치되고 완장을 차고 있는 군인이 모두 모이라고 확성기를 들고 다니며 안내를 시작했다. 8개정도 설치된 간이 천막 중 한곳에서 자신임을 확인 할 수 있는 신분증을 보여주고 705라 적힌 노란색 바탕의 가죽 조각를 받았다. 그리고 뒤쪽에 있는 21호 차량에 탑승하라고 안내 받았다 처음 타보는 군용 트럭이 그렇게 높은 줄 몰랐다 힘들게 탑승한 이후 약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이내 광장을 가득 메웠던 군용 트럭들이 하나 둘씩 목적지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4개월뒤
“걸고 당기고 꼽고 구부리고 안전검사!!!” “걸고 당기고 꼽고 구부리고 안전검사!!!” “찰칵 찰칵 찰칵” CN-235 수송기 안에서 낙하산 생명줄을 라인에 걸며 교육생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교관을 바라보았다. “교육생들 지금 저기 밑에 환하게 빛나는 커다란 불빛이 보입니까” “악! 보입니다” “저 불빛은 에버랜드에서 나오는 불빛입니다. 나중에 임무 마치고 귀국하면 꼭 여자친구 만들어서 같이 놀러 가십시오 알겠습니까?”“악!!!” “그리고 저쪽 어두운 능선이 보입니까?” “악!!!” “저능선은 공동묘지입니다 정신 똑바로 안차리면 에버랜드 놀러가지도 못하고 골로 가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악!!” “오늘은 공수 훈련의 마지막 훈련인 야간 강하입니다. 앞으로 앞에 있는 교관을 볼 일이 없겠지만 어디에서 무슨 임무를 수행하던지 꼭 살아서 오십시오 나중에 살아서 돌아오면 꼭 본 교관한테 술한잔 사는 겁니다 이 근처에 물 좋은 곳은 교관이 다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선착순 10명에게는 꽃다방 김양 티켓까지 끊어줄 용의가 으니까 꼭 돌아와서 술 한잔 하는 겁니다 알겠습니까?“ ”악!!!“ 강하를 마치고 정확하게 6시간 뒤에 우리 블랙스톤 1기 600명을 태운 비행기가 한국을 떠난다 모든 훈련은 끝나지만 그 흔한 수료식도 없이 무작정 개인 보급품만 챙겨서 비행기에 탑승을 해야한다. 이라크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않좋아 지고 있었다. 이라크의 수도를 점령하고 후세인이라는 대통령까지 사형시켰지만 곳곳에서 반군이 일어나고 있고 엎친데 덥친격으로 주변 국가의 이슬람 신도들까지 가세하여 이라크 곳곳에서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수도 점령 이후 현재까지 미군 사상자는 만단위를 넘어 있었으며 이로 인해 내부적으로는 반전 분위기와 전쟁 명분에 대한 회의론까지 일어났고 미군에 의한 각종 범죄에 의해 국제적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었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우는 미국이 코너에 몰리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역전시킬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미국 행정부는 동맹들의 철저한 지원이 그 무언가의 하나로 인식하게 되면서 대한민국 정부에 신속한 병력 투입을 강요했다. 그 결과가 블랙 스톤의 조기 수료다. 원래 6개월의 교육과정을 준비하였으나 상황이 변한 것이다. 지난 4개월간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어 가족들과의 연락 또한 불가능했다. 훈련이 끝나면 며칠이라도 휴가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또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가족들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사지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CN-235의 해치가 개방되었다. 교관은 신중하게 낙하지점을 확인했다. 항공기 내부의 알림등이 적색으로 들어왔다 낙하지점이 가까워 진 것이다. 알림등이 녹색으로 바뀌는 순간 자명종 소리와 같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따르르르르르르르를!!!!!“ 맨 앞에 있던 인원부터 순식간에 해치에 빨려 들어갔고 1초간격으로 뒤에 인던 인원이 빨려 들어갔다. 10명중 8번째로 준비하던 석현도 뛰어내렸다. 처음 낙하 할때는 상상도 못했지만 지금은 밤하늘을 바라볼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석현은 다시 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착지 준비를 시작했다. 출발 한시간전 모든 짐은 비행기 안에 실렸고 탑승만 하면 된다. 대기실에 탑승 시간을 기다릴 때 그나마 각자 전화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화를 하면 대부분 눈물부터 흘렸다. 다시 돌아 온다는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의 가족들과의 통화... 마지막 통화가 될지도 모른다. 석현도 마지막으로 가족들의 얼굴이라도 보고 가고 싶었으나 상황은 그런 블랙스톤 1기들의 바램을 허락하지 않았다. 눈이 퉁퉁 부어서 나온 동기를 뒤이어 석현이 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새벽 3시. 전화하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통화 대기음이 몇 번 울린후 잠에서 깬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 “ 엄마 저 석현이에요... 잘지내죠?” 거기까지 말한 석현은 목에서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다. 더 이상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석현이냐!!! 석현아 몸은 괜찮아? 다친대는 없고? ” “네 괜찮아요 오늘 훈련 끝났어요 한시간 후에 출국해요 잘 다녀 올께요” “석현아~~~ 석현아~~~ 미안하다~~~ 흑흑 니가 부모 잘못 만나서 사지로 가는 구나 석현아~~~ 정말 미안하다 끅 끅” 석현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지난 4개월간 그렇게 힘들어도 흐리지 않던 눈물이 지금에서야 터졌는지 쉴세없이 흐르고 있었다.“저... 괜찮아요 몸건강히 다녀올께요 꼭 살아서 돌아올께요” 그렇게 블랙스톤 1기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약속을 가족들에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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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응 [21세](서울)
뚜둥~천사가 왔다네~저랑 얘기 하실 시간은 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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