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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少年(미소년) - 4부에필로그
16-01-22 22:20 4,079회 0건
학생회에 먼저 참석해 있던 혁은 같이 들어오는 일본인 학생들 중에 우쿄가 끼어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어떻게 된 건가? >
아직 어리고 거기다 피해자인 우쿄를 끼게 하기에는 좀 찜찜했다.
페이가 좀 난감해 하자 우쿄가 끼어들었다.
<제가 끼겠다고 해서 온 거예요, 先パイ。>
<本當か, 山本君?(정말인가, 야마모토군?)>
약간 걷늙어보이는 페이보다 더 어려보이지만 실제로는 2년 손 위인 혁이 정색을 하며
묻자 페이는 약간 대답을 망설였다. 거짓말을 하기도싫지만 사실대로 말하기에는 혁이
위압적이었다. 이전에 일본인에게 좀 냉정하게 대해서 그렇지, 혁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인망이 있었다. 이미 우쿄와 혁이 상당히 친밀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다.
<정말 제가 오겠다고 떼를 써서 온 거라니까요? そうでしょう, 山本さん?(그쵸, 야마모토 형?)>
<아, はい(예), 그렇스무니다.>
우쿄의 약간의 억지에 페이도 편승하자 혁은 더 묻지 않고 우쿄를 자신의 옆에 앉혔다.
페이는 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뒤에 앉았고 이윽고 학생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기
시작했다. 사뭇 넓은 강당에 100명 안팎의 학생들과 학교직원들이 참석해 있었다.
<이번에는 왠일로 외국 유학생 분들도 참석해 주셨네요. 안건이 안건이라 좀 부끄럽습니다.>
여기저기서 쓴 웃음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실제로 학생회에 외국 유학생이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더구나 이번 안건이 안건이라 유학생들이 끼는 것은 나라망신 같아서 다들
찜찜해 했했다.
<우리 유학생들도 지금은 이 학교의 학생들이이무니다. 참석이노 당연하다고 생각하므니다.>
페이의 발언에 박장대소가 튀어나오며 박수소리도 울려퍼졌다.
<예, 좋습니다. 이번에 갑작스럽게 회의를 소집한 것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현재
학교 주변을 횡행하는 파렴치범에 대한 건입니다. 경찰측에서 노력을 해주시기는 하지만
성과는 없고 피해만 늘어나는 실정입니다.>
처음에는 매일같이 설치면서 그저 노출행위만 하던 범인이 대략 일주일 정도 활동을
멈추다가 최근 2주일 전부터 다시 설치면서 활동이 줄어든 대신에 수법이 더 대담해지고
흉악해졌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욱 교묘해진 탓에 경찰도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이후 별 소득은 없는 토의가 다소 지리하게 진행되는 중에 우쿄가 발언권을
요구했다.
회장은 발언을 허용하기 전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학생, 여기는 대학생 형아들만 오는 곳이야. 설마 우리 대학 부속중학교 학생은
아니지? 교복을 봐선 아닌 것 같고....... 아니, 나이를 봐선 초등학생 같은데..... >
잠깐사이에 회장이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그 말에 우쿄는 가쿠란 상의 단추를 모두 풀며 약간
불쾌해 했다. 그 안에 푸른색 티가 바지 밖으로 모두 나와 있는 상태였다.
<이 학생은 도쿄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사오토메 우쿄군이다. 이름들은 들어봤을 거
아이가?>
혁과 같이 온 영진의 일갈一喝에 웃음소리가 확 멈추더니 이번에는 "저 꼬마가?"하며
쑤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회장이 정숙靜肅을 요구한 뒤 발언권을 허용했다.
<경찰만으로 힘에 부친다면 차라리 이 학교의 남학생들이 한동안 "자경단自警團"을
조직해서 돌아가면서 학교주변을 순찰하는게 어떻겠습니까? >
그 말에 다들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실 다들 자기와 상관이 없을 바에는 어물쩡 넘어가고
싶어했지 이런 적극적인 제의는 처음이었다. 잠시 웅성대던 도중에 반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자경단을 조직한다 해도 하겠다는 사람이 있겠나? 자기 일도 바쁠 텐데?>
<바쁘든 아니든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는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을 겁니다만.>
몇명은 한심하게도 우쿄가 말한 "자경단"이라는 단어를-옛날 일본의 관동대지진때
벌어진 상식밖의 학살극을 들어- 문제삼고 있었다.
<제가 알기로 한국쪽의 대학생들은 우리나라쪽과는 달리 사회문제라든가 학생운동에
상당히 적극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ですからあれほど(그러니까 그만큼) 자신들의 학교의
일이니 적극적으로 합류해 줄거라 생각합니다. 피해자들은 みんな(전부) 이 학교의
재학생들입니다. 즉 여러분들의 급우들이라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 해도 그들이 여러분의 누나나 여동생, 여자친구라고 생각해 보십시요.>
우쿄의 사뭇 적극적이고 열의있는 발언에 몇명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쑤군대고 있었다.
특히 여학생들은 맞아맞아 하고 맞장구를 쳤다. 물론 반론도 있었다.
혁은 좋은 의미로 놀랐다. 그냥 온순하고 수줍음 많은 모습의 소년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가. 회장. 내 생각에는 옳다고 생각하는데?>
<그, 그건....>
우쿄를 응원해주기 위한 혁의 반문에 잠시 넋을 잃고 듣던 회장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회장은 선배들 중에 혁의 인망이 가장 높았고 개인적으로도 존경했으므로 그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최근 학생회가 너무 한총련하고 밀착해서 학교와는 별 상관도 없는 정치투쟁에만
매몰돼왔던 게 사실이잖아? 한번쯤 학교를 위해 뭔가 보여주는 게 어떨까?>
혁의 다소 통렬한 비판을 은연중에 담은 종용에 회장은 수긍하고 있었다.
혁은 자리에 앉는 우쿄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늘보니 케타로, 생각보다 어른스러운데? 한결 남자답고?>
혁의 칭찬에 우쿄는 얼굴이 빨개지며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혁은 그 모습이 역시 우쿄다워서 귀엽다고 느꼈다.
<그럼 거수로 표결에 붙이겠습니다. 찬성하는 분 손들어 주세요.>
모두들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한명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나중에 반대표를 집계했더니 여학생들의 눈치때문인지 확실히 찬성이 많았다.
<그럼 일단 여기 출석해 주신 분들중 남자분을 중심으로 자경단, 아니아니
"학교지킴이"들을 뽑겠습니다. 부족인원은 내일 대자보로 학생들에게 홍보해
보충하기로 하고 참여하실분들은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한두명씩 일어서서 나오기 시작했다. 혁과 영진, 페이도 일어서다가 우쿄도
일어나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사오토메군, 니(네)도 나오려고 그러나? >
<はい。先に話したのが私なのに拔けるのは二律背反じゃないでしょうか。
(네. 먼저 얘기한 게 전데 빠진다는 건 이율배반이잖아요?)>
<그래도 만에 하나 너한테도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고 이런건 형들에게 맡겨도 돼.>
혁과 영진의 만류에 우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いや, 卑怯者はなりたくないです。恥辱は一度で十分で. 私もさむらいの子孫ですよ。(아니,
비겁자는 되고 싶지 않아요. 치욕은 한번으로 충분하고요. 저도 사무라이의 후손이에요.)>
치욕은 한번으로 족하다는 말에 의아해 하는 영진에 이어 혁은 알았다는 듯 말했다.
<알았어. 대신에 내 곁을 떠나서는 안돼?>

뽑힌 학교지킴이들은 일단 30명이고 5명을 1조로 뽑아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피해가
집중되는 시간이면서도 귀가에 지장이 안받을 시간인 매일 저녁7~ 11시 사이에 한조씩
돌아가며 지키기로 했다.
바로 첫날인 그날에 우쿄와 혁, 영진과 페이,거기에 나중에 얘기를 듣고 합류한 석진이
속한 조組가 맡게 되었다.
<꼭 너도 여기에 낄 이유가 있었냐? 거기다 몸도 않 좋은 애가? 선생님하고 수진이
어머님이걱정하시던데?>
우쿄는 대답대신에 멋적에 웃어보였다.
<자기도 일본 싸울아비의 자손이라 안카나?>
영진이 우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큭큭 웃었다.
석진은 뭔가 알겠다는 듯 짐짓 표정이 음흉해졌다.
<누나들한테 너무 잘보이려고하지 마라. 너는 얼굴로 이미 9할은 먹고 들어가는 중이니까~~~>
< 違うよ!!(아냐!!!)>
석진의 놀림은 악의는 전혀 없는 것이지만 지금의 우쿄로서는 거슬렸다.
그냥 웃자고 한 소리에 우쿄가 버럭 소리를 지으며 이례적으로 과민하게 나오자 당황했다.
그 뒤로 혁이 석진에게 귓속말을 했다.
<석진군. 자네 지금 중대한 말실수를 했어!!>
황당해 하는 석진과는 달리 혁은 엄한 표정이었다.
<제, 제가요? 뭐를요?>
<그렇게만 알아둬, 더 알려고 하지 말고!! 일단은 사오토메군의 기분을 이해해 줬으면 해.>
"도대체 내가 뭘?" 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우쿄를 보니 시선을 돌리고 있는 우쿄는
눈가에 눈물이 셜?채 입술을 깨물며 분개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교문으로 향하는 길의 학교 담장 한켠에 우쿄의 키 정도의 대나무 장대가 여러자루
세워져 있었다. 어차피 사용된 뒤라 버려질 것들이었다.
우쿄는 하나 챙겨들었다. 그러자 싸움에 자신이 없는 페이와 한국학생 한명이 덩달아
호신용으로 집어들었고 나머지 세 사람은 그것을 -내심 웃기다고 여기며- 묵인했지만
우쿄의 경우는 우습기는커녕 왠지 한기寒氣를 느꼈다.

<케타로, 좀 쉬었다가 갈까?>
<네.>
9시가 될 무렵 혁과 우쿄는 공원을 맞은 편에 둔 호젓한 길가의 편의점 앞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2시간이 넘게 걸어서 좀 지쳐 있었다. 우쿄는 무기로 집어든 대나무 막대를 지팡이로
쓰고 있었다. 당초에 한꺼번에 몰려다니며 순찰하려던 것을 변경해 혁과 영진, 석진
이렇게 싸움에 자신이 있는 세 사람을 중심으로 2인1조로 나누어 필요한 경우 휴대전화로
연락하기로 하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순찰하기로 한 것이다. 두명의 남자가 한명은
대나무장대를 들고 나다니는 꼴은 어느조든 다른 의미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서
안그래도 긴장해 있는 경찰관들의 불심검문의 대상이 되었고 그걸 또 해명하느라
오늘자로 조직된 "학교지킴이"의 존재가 금새 경찰 사이에 알려지고 말았다.
캔커피 두개를 사서 하나를 우쿄에게 건내주고는 편의점에 부속된 노천카페의 긴 나무
의자에 나란히 앉아 마셨다.
우쿄에게 굴욕의 장소인 공원이 길 건너에 있어서 우울했다. 벚꽃은 많이 져 있어서
반 남짓만 남아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혁이 입을 열었다.
<케타로, 아까 석진군의 말은 그렇게 상심할 필요는 없어. 석진군이야 사실을 몰랐고
그냥 친하게 말한 농담일 뿐이니까...>
<알고 있어요. 그래서 석진형에게 좀 미안하고,,,, 아따 사과할 거예요. 하지만...>
<알아. 그래도 케타로에게는 좀 상처였겠지? 그래서 화가 난 거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석진은 그저 친구끼리 하는 농담을 던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우쿄에게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생체기에 또다시 생체기가 덧대어진 느낌이었다.
"와. 그때처럼 시건방 못떠노, 으이?!! 그 때는 니도 머스마라고 가시나들 앞에서 뻐기고
싶었나?!! "
혁이 파악한 바로 우쿄는 무척 마음이 곧은 성격이고 그런 우쿄로서는 비열하고 터무니
없는 중상中傷이었다. 억울한 심경을 어딘가 하소연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 굳이 낀 것은 보복報復이라는 단 한가지 생각뿐에서였다.
우쿄가 남들이 생각하듯 생불生佛은 아니기 때문이다.
혁은 커피를 한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 케타로의 순수한 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고
억울해 하거나 노여워할 것은 없는 거야. >
<...예.>
<그 사건이 케타로에게는 상처가 됐을 거야. 그렇다라도 굳이 무리해서 남자다워지려고
하거나 어른스러워지려고 하거나 용감해지려고 할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해.
케타로는 지금 모습이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
우쿄는 말 없이 혁을 올려다 봤다. 혁은 우쿄의 눈길이 상처받은 아기고양이같다고 느꼈다.
그 순간에 봄바람이 떤?잎과 함게 불어왔고 소년의 풍성한 생머리를 뒤흔들었다.
가로등의 조명과 함께 왠지 운치있는 모습에 혁은 마음이 흔들렸다.
한산한 왕복 2차선 길에 자동차만 간간이 지나갈 따름이었고 그게 밤의 정취를 더했다.
설상가상으로 소년이 청년에게 밀착했다. 새삼 혁은 우쿄가 무척 아름다운 미소년, 아니
거의 미소녀美少女에 다름아님을 절감했다. 소년이 얼굴에 걸치고 있는 안경은 그
아름다움을 가리는 장애물은 아니다. 오히려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달까.
착각일까?
소년의 눈빛과 살짝 벌려진 얇고 빨간 입술이 뭔가 간절히 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나 고혹적蠱惑的으로 느껴져 숨이 멎는 흥분이 느껴졌다.
소년을 문병하며 안았던 그 좋은 감촉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혁은 팔을 소년의 웃옷과 티셔츠에 감싸여 있는 가는 허리사이에 끼워서
감싸안고 있었다.
전처럼 뜨겁진 않지만 따듯해서 아직은 서늘한 봄 밤의 공기로 약간은 식은 몸이 데워지는
느낌이었다. 점차 청년과 소년의 입술이 접근하기 시작했고 3Cm쯤까지 접근했다.
그 순간에 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혁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우쿄에게서 떨어졌다.
하마터면 혁은 우쿄에게 키스를 할 뻔 했다. 잘못했으면 우쿄에게 그 자신이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혁의 생각에 우쿄는 이미 비열한 놈에게 성적인 정체성을
위협당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럴수는 없었다.
자신을 자책하며 전화를 받아보니 석진이었다.
<선배님, 그쪽은 이상있습니까? >
<아니, 없어. 여기는 00공원 앞 편의점 앞인데, 어디야? >
<아 저희도 근처인데요. 이제 합류할까요? >
<그럴래? 그럼 기다릴게.>
통화를 마친 뒤 혁은 소변기가 느껴져 우쿄에게 말하고 편의점 건물의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공원쪽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리자 우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일어서서
장대를 들고 그리로 향했다. 공원을 가로질러 한 구석에 들어서자마자 놈이 있었다.
놈은 한 여자의 머리채를 쥐고 있었다.
<어엉어엉~~~ 살려주세요!! 돈은 다 드릴테니까,, 아악!!>
<뭐하노~~ 빨아봐라~~ 아니문 마,보지에다 푸~~욱 꽃아줄까~~~? 크크크~~>
앞의 블라우스가 찢어져 브래지어에 싸여 있는 가슴이 드러나고 스커트 밑의 다리를
감싸고 있는 스타킹이 군데군데 찢어진 여자는 무릎만 겨우 바닥에 짚은 채 서서 애원하고
있었고 여자의 머리카락을 잡아챈 놈은 비열한 웃음과 상소리로 비대한 음경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 우쿄는 격한 분노가 치솟아 올랐고 더 보지 않고 장대를 움켜쥐고
달려나갔다.
우쿄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사가지고 있던 후추통의 뚜껑을 열어서 놈에게 뿌렸다.
<おのれ!!!!(이놈!!!!)>
너무 갑작스런 기습에 그때까지 기세등등하던 파렴치한은 놀랐고 눈과 코에 화끈하고
매운 기운이 덮치자 정신을 잃고 무력화되었다.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던 후추가루는 아주 적절히 효과를 발휘했다.
우쿄는 그대로 놈을 장대로 겨냥하고 난타打하며 철저히 복수를 개시했다.
<死ね, 奴畜生!!(죽어, 짐승같은 놈!!)>
그 광경을 움직이는 우쿄를 발견하고 뒤 따라온 혁과 합류하러 온 석진의 조가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 우쿄는 단순히 난타를 하는 게 아니라 놈의 머리와 머리를 감싸고 있는
손을 노려 두들겨 팸으로서 놈의 반격의 여지를 없앴고 놈이 두들겨 맞으면서 손의 살이
터져 대나무 장대가 피로 물들었다.
<이.. 으억!! 야비한.. 으윽!!>
<問答無用!!!(말은 필요없어!!!)>
우쿄의 매질에 놈은 더 견디지 못하고 양 손까지 동원해 땅을 엉금엉금 치면서 도망쳤다.
우쿄는 놈을 공원 한구석까지 집요하게 쫓아가 때리고 찔러댔다. 놈의 피를 본 우쿄는 이미
이성을 잃고 광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치한에게 겁에 질려 있던 여자는 이번에는 일본인 소년이 연출하는 끔찍한
살육의 광경에 파랗게 질려버렸다. 석진과 같은 조에 있던 남학생이 여자에게 자기가
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 감싸주면서 안심시켰다.
<그, 그만해!! 이제 충분해!! >
혁은 광분하고 있는 우쿄를 뒤에서 감싸안았다. 원래는 혁이 놈을 잡아서 징벌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우쿄를 말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쿄에게 두들겨 맞고 정신이 없는 놈을 한 발로 눌러 제압한 석진은 평소에 온순하고
상냥하며 차분한 게 다소 냉정하기까지 하던 우쿄가 광분하는 모습을 처음 보며 충격을
받고 있었다.
겨우 혁에게 뒤에서 안겨 발광을 멈춘 우쿄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울기 시작었다.
<復讐は充分にしたことだ。 奴はお前にやらかした淺ましさの代價をお前に直接 支拂ったし...
お前はやつを相手で "正正堂堂で賢く" 爭って勝ったの。
(복수는 충분히 한 거야. 놈은 너에게 저지른 비열함의 댓가를 너에게 직접 치른 거고...
너는 놈을 상대로 "정정당당하고 슬기롭게" 싸워 이긴 거야.)>
혁은 강아지를 안듯이 우쿄를 안고 소년이 바로 알아듣도록 일본어로 달래며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우쿄는 겨우 진정하고 있었다.
겨우 우쿄를 진정시킨 뒤 혁은 이번에는 자신이 놈에게 다가가 놈의 멱살을 잡았다.
마침 경찰관 몇몇이 그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놈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기려는 순간 혁은 방심했고 혁을
밀치고 도망쳤다.
<이 새끼!! 거기 서!!>
방심해서 밀쳐진 혁은 이빨을 갈면서 달렸고 석진과 경찰관도 따라 달렸다.
우쿄는 잠시 멍해 있다가 다시 장대를 집어들고 뛰었다.
<て-めえ , 逃げるとは卑怯だぞ!!(이 자식, 도망치다니 비겁하다 !!)>
놈은 혁들이 경찰관 한명과 같이 뒤쫓아오자 죽을 힘을 다해 쫓았다.
<영진아!! 저기 도망치는 놈!!>
<알았다!! >
혁의 외침에 앞에서 오던 영진과 페이가 놈의 앞을 막았지만 놈은 그대로 달음질 쳤다.
학교 앞의 번화가까지의 추격전 도중에 눈 앞에 늦은 시각에 한무리의 교복차림의 여고생과
두명의 성인 여성 무리들이 보이고 있었다.
여고생들은 그렇다치고 다른 여성들, 그것도 우경까지 같이해서 다들 파렴치한의
바바리 코트안으로 드러난 알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었다.
<꺄~~~~~~~~~~~~~~~~~~~~~~~~~~~~~~~~~~~~!!!!!>
우쿄와 혁, 석진은 그 여고생중에 한명을 보고 외쳤다.
<秀珍ちゃん!! 逃げろ!! / 수진아!! 피해!!>
하지만 여고생들, 특히 수진은 피하지 않고 냉정히 지켜보며 잠자코 있었다.
놈은 수진에게 바로 달려갔다. 수진을 인질로라도 삼을 심산으로 손을 뻗치는 순간
오히려 수진이 놈의 팔목을 잡았다.
<이얍!!!!!!!!!!!!!!!!!!!!!!!!!!!!>
놈은 자신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나머지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해서 추격을
멈추었다. 몇몇 남학생들은 수진의 스커트가 완전히 올라가 드러난 팬티에만 시선을 집중했다.
분명한 사실은 수진이 엎어치기로 놈을 거꾸러트려 혼절시켰던 것이다.
여고생 중에 한명이 수진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혁들과 경찰관은 좀 허탈한 표정으로 그 앞에 섰다.
<엄마, 숙이이모, 끝났어요.>
수진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돌리고 있는 우경에게 태연하게 말했다. 우경과
다른 한 여성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놈의 알몸, 특히 적나라한 하체를 보고
다시 기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수진 곁으로 다른 여고생들이 놈을 둘러쌌다.
<여기도 이런 뵨돌이가 깝치고 다니네?>
<이런 븅신~~~ 임자를 잘못만났구만. 하필이면 수진이한테 덤비냐? >
한 여고생은 놈의 음경을 여학생용 구둣발로 툭툭 치며 말했다.
<이 새끼 고추좀 봐라~~~ 이런 걸 달고 다니는 주제에 이러고 다녔다!! 확 뽑아버릴까?>
<야, 야!! 얼렁 일어나!! 빨리 짭새한테 넘기고 집에 가서 숙제하게, 그래야 담탱이한테
안 깨진단 말야~~~ >
앳되고 이쁘장한 여고생들이 웬만해선 충격적일 장면을 태연자약하게 바라보면서
입에서 참 듣기 좋은 말이 아주 천연덕스럽게 나오자 근처의 남자 대학생들은 약간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쟤네들을 누가 데려갈지 참 걱정되누만!!>
<누가 아니래? 시집들은 다 갔어~~~>
<오!!! 누가 여고생을 청순가련의 상징이라 했던가!!>
<에이!! 그냥 철이 없어서 그래. 나중에 크면 얌전해져. 뭐, 귀엽네!!>
그 중에 우쿄와 언젠가 본적이 있는 페이에 금발의 외국인들까지 보이자 자신을
친구들보다 그나마 숙녀라고 확신하는 수진은 한쪽 이마를 싸쥐고 중얼거렸다.
<으이그~~~ 우리 대한민국 여고생 망신을 늬들이 다 시키는 구나~~~>
수진의 중얼거림에 다른 여고생 중에 한명이 맞받아쳤다.
<지랄하네~~~ 지는 뭐 요조숙녀인줄 아냐?>
멍한 표정을 짓는 우쿄의 곁으로 석진이 다가와 한 팔을 우쿄에게 걸치며 중얼거렸다.
<수진이 녀석, 역시 알아줘야 해. 거기다 또 한 건 했구만.>
<또 한 건? >
의아해 하는 우쿄에게 석진은 좀 얄궂은 웃음을 흘렸다.
석진의 말이 수진은 작년 학생부 유도대회에서 우승을 했었다는 것이다.
거기다 수진 때문에 학교 인근에 바바리 맨-소위 “아담”-들이
설치지 못한다나…… 실제로 작년에는 아담 한 명이 수진에게 걸려서 경찰서에
넘겨졌는데 참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처참하게 당했다 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려 4살이나 많은 석진도 내심 수진에게 잡혀 사는 중이고….
우쿄는 내심 으쓱해지면서 그녀가 대견했다.
여동생의 발랄한 건강함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났지만 그래서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기분이 좀 나아진 우쿄는 문득 생각난 듯 석진에게 말했다.
<형, 아까는 화내서 미안해.>
석진은 우쿄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웃어주는 것으로 답했다.
<너, 화나니까 정말 무섭더라? >
우쿄는 얼굴이 빨개졌다.
말괄량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경찰관들이 놈을 흔들어 깨우고 바바리코트를 묶어
노출된 알몸을 최대한 가린 뒤 수갑을 채웠다.
혁이 다가가 놈의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겼다. 예상대로였다.
우경은 어디서 본 것 같다 싶어 잠시 생각하다 무척 놀라서 두 손 끝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너, 이 새끼!!! >
<미, 민혁아!! 내, 내가 잘못했다.>
놈은 무엇보다 혁이 무서워서 벌벌떨며 빌고 있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 드러남으로 이제는 온전히 혁에게 자비를 바랄 수 없게 된 셈이었다.
특히 소년을 건드렸다는 사실이 더 그러했다, 혁은 한번 경고한 일에 대해서 철두철미했기
때문이다.
<니가 뭘 잘못했는지는 아나, 으이?!!>
영진도 옆에서 호통을 쳤다.
<아는 사람입니까?>
옆에서 경찰관이 묻자 혁과 영진은 다시 놈을 당장이라도 척살할 기세로 노려보더니
일언지하一言之下에 부정했다.
<아니, 이런 인간말자人間末子는 아는 바 없습니다.>
이것으로 영진과 혁은 놈과의 악연을 단칼에 청산해버린 것이다.

<ところで秀珍ちゃんとお母さんはここに何の事ですか。
(그런데 수진짱하고 엄마는 여기에 무슨 일이에요?)>
꽤 늦은 시간임에도 집에서 좀 떨어져 있는 학교 앞에 와 있는 우경과 수진에게 의아해
하는 우쿄의 물음에 수진과 우경이 대답하기도 전에 아까의 왈가닥들이 삽시간에 우쿄를
둘러쌌다.
<어머머!! 얘 뭐야? 존나 이쁘다!!!!!!!!!!!! >
<야, 권 수진!! 이 꼬맹이 너랑 많이 닮았는데, 니 동생이지? 얘가 "우주"야?>
<완죤히 내 취향이네!! 근데 요걸 언제 키워서 잡아먹지~~~?>
나이로는 아마 우쿄와 1살 어릴 여자애들이 심지어 우쿄의 양 볼까지 꼬집으며 여지없이
애취급을 하자 우쿄와 수진은 각자의 이유로 자존심이 팍 상하고 말았다. 우경과 옆의
여인은 너무 웃겨서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혁과 영진, 페이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何だ. この小娘たちは?!!!(뭐야. 이 계집애들은?!!!)>
< 동생이 아니라 우리 "오빠"야!!!>
우쿄와 수진은 약간 신경질을 냈다. 말괄량이들은 못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엑? 일본에서 왔다는 니네 오빠? 요 꼬맹이가?>
<말도 안돼!! 니네 오빠는 대학생이라며? 얘는 초딩이잖아?>
보다 못한 혁과 영진이 나서서 해명해 주기로 했다. 혁이 나서는 순간 말괄량이들은
그제야 얼굴이 빨개져서 어머어머를 연발하며 요조숙녀 흉내를 냈지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저기 학생들, 이 친구 대학생이 맞아. 좀 어려보여서 그렇지 아가씨들보다는
1살은 오빠일 걸?>
<맞다. 아, 사오토메군. 학생증 보여줘 봐라. 그라믄 믿을 거 아이가?>
그게 더 빠를 것 같아 우쿄는 아직도 가지고 가지고 다니는 도쿄대 학생증과 현재 대학
학생증. 거기에 확인사살용으로 외국인 등록증까지 모두 꺼내 여고생들에게 보여줬다.
<어머나!!!! 진짜네!!!! 우리보다 한살이나 오빠야!!>
<이거 진짜에요?!!! >
<우왓!! 일본사람이다!!>
말괄량이들은 또 호들갑을 떨었다.
좀 골이 난 우쿄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싼 손길이 느껴져 돌아서 올려보자 긴 생머리의
우경보다 훨씬 원숙한 분위기의 맵시있게 웨이브 진 머리를 올려 묶은 다소 지친듯한
표정의 미녀가 우쿄에게 상냥한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안녕, 우경학생? 참 오래간만이네. 나 기억하지?>
우쿄는 그녀를 보자 골이 난 얼굴이 풀리면서 빨개졌다.
<아. こ... 안녕하세요, 숙이 이모?>
<많이 자랐네? 한국말도 많이 능숙해졌는걸?>
석주, 우경 부부와 옛날부터 인연이 있었고 수진이 "이모"라고 부를 만큼 우경과
친밀한 현숙은 우쿄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우쿄와도 인연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그녀에게 이런저런 일들도 있었고 타이밍도 안맞아 우쿄와
만날 수 없었다.
그렇더라도 다른 의미로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 실은 우리 수진이가 아파서 여기 대학 병원에 입원했거든. 그래서 어머니와
수진양이 문병을 와 주셨어.>
<ええ? スジンだって?(네? 수진이라니요?)>
현숙의 말을 잘못 이해한 우쿄는 표정이 어두워져서 수진을 응시했다.
수진은 자기 팔목이 우쿄의 손에 잡히면서 자신에게 -마치 자기 엄마가 어디로 갈까
봐 불안해 하는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뭔가 불안한 시선을 보이는 우쿄를 보고 의아해
하다가 뭔가 깨달은 듯 오빠에게 설명했다.
우쿄는 남편이 죽었다는 것 외에는 현숙의 가족관계를 잘 모르고 있었다.
<淑叔母ちゃんの娘名前も私と同じ守眞(スジン)よ。
(숙이 이모의 딸 이름도 -한자는 다르지만-나랑 같은 “수진”이야.) >
-우쿄의 여동생인 수진은 秀珍(スジン)-
<あ. そう(아 그래)? >
안심해 하는 오빠에게 수진은 포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 사모님, 맞지예!! 지 선생님 제자였던 신 영진입니데이!!>
<어머? 오래간만이네, 영진이? 진짜 멋있어 졌다!!>
영진이 우경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자 우경은 반갑게 미소를 지으며 10년만에 보는
남편의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영진은 오래간만에 보는 우경의 모습에 옛날의
설레이는 느낌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영진이 본 우경의 모습은 혁의 말이
농담이라고는 해도 사실임을 느끼게 했다.

우쿄에게 두들겨 맞은 상처때문에 놈이 과다하게 엄살을 피워 일단 병원에 후송되었지만
생각만큼 다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약이나 좀 바르면 그만이었다.
우쿄가 뿌린 후춧가루도 놈이 썼던 선글라스나 마스크탓에 그리 과도하게 안구나 기관지에
들어가지 않아서 별 영향은 안끼쳤다.
오늘의 피해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영진의 여자친구인 주희도 다행히 별로 다치진
않았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무겁던 가볍던 성폭력의 해악은 그저
강제로 성적 쾌락을 탐하는게 아니라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존엄성을 철저히 짓밟는 데
있는 것이다.
다행히 미수未收에 그쳤지만 나중에야 오늘의 피해자가 자신의 귀여운 여자친구임을 알게
된 영진은 겉으로는 자신의 여친을 안아주고 위로해 주면서 속으로 놈을 우쿄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그것도 아예 때려죽이지 않은 것을 절치액완切齒扼腕했다.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경찰서를 나온 학교 지킴이들은 근처 호프집에서 뒷풀이로 한잔씩
한 뒤 각자 흩어졌다. 단지 수진의 바가지에다 미래의 장모인 우경의 앞에서 여친보다
술을 선택해서 평생 밉보일 수도 없고 거기에 자기 엄마 귀에 들어가 비오는 날 먼지
풀풀나게 두들겨 맞는게 두려웠던 석진은-안그래도 대학 들어가자마자 아직 성년도 안된
녀석이 툭하면 술이 떡이 되서 들어온다며 자식새끼가 아니라 웬수라고 엄마한데 등짝을
얻어맞으며 혼나는게 요즘 일과였으므로- 울며 겨자먹기로 우경들과 같이 먼저 집으로 가야
했다.
우쿄는 이번에 치한을 체포하는데 일등공신이라며 다들 우경에게 간청해 뒷풀이에 끼게
했지만 역시 술을 못마시는 탓에 맛있는 간식과 함께 음료수를 마시며 혁의 옆을 지켰다.
분명한 것은 학교지킴이는 1조의 활약으로 다른 조의 수고가 필요 없이 하룻만에 활동을
끝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으래? 우경이가 말야?>
석주는 먼저 온 우경과 수진에게 -후추가루 얘기는 쏙 빼고-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수진과 함께 우쿄가 파렴치범을 때려잡았다는 사실을 듣자 며칠동안
답답했던 것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아들이 자신의 원한을 스스로 멋지게 해결했다는 점도 장하게 느껴졌다.
아들은 생각보다 나약하지만은 않은 아이였다.
<하긴 우리 안동권씨 무열공파 아이들 치고 약하기만 한 녀석은 없었어.>
우경은 내심 안동권씨 운운하는 말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기뻐서 어쩔줄 몰라하는 석주는 생각난 듯 다시 아내에게 물었다.
<아, 근데 범인은 어떤 놈이야?>
그 순간 우경은 대답하기가 망설여졌다.
<꼭 진화가 덜 된 원시인에다 고릴라하고 짬뽕같은 놈이었어요. 하여튼 오빠보다 덩치가
3~4배나 되는 녀석인데 그걸 오빠가 혼내줬으니까 대단하죠?>
수진의 자못 재치있는 대답에 석주는 또 폭소를 터트렸다.
<아 그랬냐? 그걸 또 엎어치기로 넘어뜨린 너도 마찬가지네!!>
다소 착잡해져서 웃을 수만 없었던 우경은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통쾌하게 웃던 석주는 그제야 생각난 듯 물었다.
<현숙이네 수진이는 좀 나아졌어?>
<그저 그래요.>
참 빨리도 묻는다는 표정으로 우경은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조촐한 술자리를 마치고 혁은 우쿄를 바래다 주러 전철역으로 같이 걸었다.
좀 서둘러 가면 전철은 아직 있을 것도 같았다.
중간에 둘은 다시 아까의 편의점 앞을 지나쳤다.
<케타로, 잠깐 앉았다 갈까?>
사실 오늘은 좀 피곤한 날이어서 혁도 좀 지쳐 있었다.
그걸 알고 있는 우쿄는 혁에게 들어가 쉴 것을 권했음에도 혁은 전철역까지
동행을 고집했다.
이번에는 우쿄가 피로회복제를 두병 사서 하나를 혁에게 권했다.
잠시 떤?잎이 바람따라 날아다니는 밤의 정취를 음미한 뒤 우쿄가 혁에게 입을 열었다.
<先パイ。 아까는 정말 감사했어요.>
<응, 뭐가?>
<아까 여기서 해 주신 말씀이나 그 뒤에 저를 진정시키면서 해주신 말씀요...>
혁은 소년에게 다정하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우쿄는 양 손으로 들고 있는 드링크 병을 응시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솔직히 아까의 것은 이긴게 아니었어요. 저도 수법은 비겁했으니까요.>
놈을 자신의 손으로 때려잡고 나서 우쿄가 느꼈던 것은 복수의 쾌감이 아니라
씁슬함과 극심한 자기혐오였다. 본래 우쿄는 폭력 자체에 혐오감을 갖고 있었는데
그 자신이 결과적으로 남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것이다.
거기에 여동생마저도 놈을 맨손으로 쓰러트렸는데 자신은 겨우 후춧가루 같은 얕은 수에
의지를 해야만 했던 약함도 원망스러웠다.
<그렇지 않아. 진짜 비겁한 것은 강자가 약자에게 부당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거나
그런 치욕을 겪고도 그냥 굴복하는 거니까.
그리고 그 싸움은 완전히 어린애와 거인의 싸움이었어. 흔히 말하는
남자끼리의 정정당당한 승부같은 것은 너무 무리하고 가혹한 요구겠지.
감히 싸우겠다는 용기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할 일이야. 방법은 나중문제이지.
물론 대등한 체력조건을 가지고도 나쁜 마음을 가지고 그랬다면 정말 비열한 짓이지만
말야... 더구나 >
혁은 그 자신은 굳이 싸운다면 정정당당하고 남자다운 정면승부를 당연시 했고 야비한
암수를 경멸했지만 우쿄의 반격방법은 체력적으로 절대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현명하고 정당한 방어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수진짱은....>
<....약한 것은 부끄러운 게 아냐. 수진이야 듣기로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으니까
그럴 수 있는 거고 너는 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거야. 거기다 케타로는 대신에 정신적으로
강하다는 장점을 가졌다고 나는 생각해.>
혁의 말에 "저는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라고 속으로 대답한 우쿄는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혁은 우쿄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말했다.
<솔직히 그 녀석은 후춧가루가 아니라 독가스를 맞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녀석이었어.>
혁의 말에 같이 웃은 뒤 우쿄는 참 멋있는 선배구나 싶었다. 일본에서는 양아버지였던
노조무라면 몰라도 학교 선배중에 이런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先パイ...좀 이상한 말이지만..... 센빠이만 보면 어떨 때는 제가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그럼 센빠이같은 멋진 남자랑 사귈 수도 있고 결혼도 할 수 있을 텐데.....>
<정말, 거기에 케이가 지금보다 나이가 더 많았으면 나는 진작에 솔로생활 청산하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여자를 아내로 맞을 수 있었겠는데 좀 아쉬운 걸?>
우쿄의 투정섞인 말에 혁은 농담스럽게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던 생각을 얘기했다.
<本當ですか?(정말요?)>
<어? 으응.....>
우쿄는 자신도 모르게 혁에게 기대었다. 혁은 그냥 소년을 안아버렸다.
너무 귀여웠다. 안는 감촉도 너무나 좋았다. 혁은 그냥 안고 있기가 아쉬워졌다.
<.......케이. 잠시만 여자가 되어볼래?>
조심스럽게 얘기한 혁에게 우쿄는 대답대신에 고개를 끄떡이더니 지긋이 눈을 감았다.
혁은 조심스럽게 우쿄의 입술에 입술을 맞췄다.
생각과는 달리 키스의 느낌이 짜릿하고 좋았다.
소년의 양 팔이 청년의 목덜미를 감싸안았다.
혁은 우쿄가 뜻밖에 적극적으로 안겨오자 흥분이 되고 말았다.
혁은 한동안 소년을 끌어안으며 입술을 탐닉한 뒤 생애 처음의 동성의 키스를 제법 황홀한
느낌을 받으며 마무리했다. 혁과 키스를 하는 동안 오히려 넋을 놓았던 우쿄는 혁이
키스를 마치자 다시 얼굴이 빨개지며 부끄러워 했다.
<良いですね。(좋네요.)>
<남자끼리인데 싫지 않았어?>
<어때서요? 저는 센빠이가 좋은데요....>
우쿄의 뜻밖의 말에 혁은 다소 당황했지만 한편으로 뭔가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봄 밤의 떤?은 꽃잎을 흩날리며 마지막 자태를 뽐내었다.



== 4부 에필로그 ==

<도대체 경비를 어떻게 했길래 검거하고 하루만에 도망가게 만든단 말입니까?>
다음다음날 관할 경찰서에 부하검사 몇몇을 대동하고 출두한 석준은 기가 막혀 했다.
경찰서장은 고위 검찰관인 석준에게 굽씬대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다행히 범인의 인적사항은 파악하고
있으니까....>
<파악하면 뭘합니까? 도주했는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놈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도망쳐버린 것이다.
<도망갔다고요?>
그 시각 학생회의 호출로 학생회 사무실에서 경찰관에게 그 얘기를 들은 혁과 영진은 어이가
없어했다.
<네.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현장에 있던 경찰관 중에 한명의 보고가 두 분이 아무래도 범인과
안면이 있는 것 같다더라는 보고가 있어서.... >
<아니, 아마 그 경찰관 분이 뭔가 착각하신 모양인데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혁과 영진은 면피용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대답해 버렸다.
<그래도...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이 학교의 퇴학생이라는.... >
<그거야 경찰관 분들이 범인을 어떻게든 다시 체포해서 알아보실 일이죠?>
범인을 한심하게 놓친 경찰들이 얄미워서 잠시동안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실제로도
당장에 혁들이 실제로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을 놓기도 뭐했다.
결국 나중에 협조할 일이 생긴다면 돕기로 약속했다.
<사오토메군에게는 우야노? 좀 위험하게 생기지 않았나?>
<놈은 의외로 겁장이야. 그렇게 혼나고도 또 나타날리는 없겠지. 하지만 만약에 그렇다면
놈을 아예 죽여버릴 거야!! ......사오토메에게 주의는 줘야겠지만 불안에 떨지 않게 해줘야 하는데?>
이런 얘기를 하면서 혁과 영진은 귀가를 했다. 우쿄는 먼저 귀가해 있을 시각이었다.
혁은 며칠전에 우쿄와, 동성의 소년과 처음으로 키스를 했다. 물론 1회성이고 그 후
평소의 선후배 관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혁은 그때의 기분좋은 느낌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같은 남자끼리의 키스라면 불쾌하고 두고두고 찝찝해야
정상임에도 소년과의 키스는 여자와의 그것 이상으로 황홀함을 맛보았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우쿄가 정작 그 때 더 적극적으로 혁에게 안겨왔다는 점이었다.
중간에 영진과 헤어지자마자 갑작스런 약속으로 집 대신에 근처 번화가로 가야 했던
혁은 약속을 마치고 가는 길에 부츠에 가죽점퍼, 가죽바지 차림의 익숙한 모습의 사내가
중학생 한명을 끌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
혁은 바로 사내를 붙잡았다.
그러자 중학생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혁에게 사정事情했다.
<형, 살려주세요!! 이 아저씨가 나한테 삥 뜯으려다 돈이 없다니까...>
<괜찮아. 어서 가보렴.>
혁은 중학생에게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풀어준 뒤 놈을 노려봤다.
히피족 사내는 겁에 질린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혁은 더 말을 하지 않고 놈의 멱살을 쥐고 귓속말로 말했다.
<쓰레기 같은 새끼..... 조용히 따라와.>

잠시 뒤의 으슥한 골목에서 놈은 피곤죽이 된 모습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혁은 놈을 반쯤 죽여 놓고도 화가 덜 풀렸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피웠다.
혁은 바로 놈이 우쿄에게 모욕과 위해를 가하고 능욕하려 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얼굴에 시커먼 멍이 두곳이나 나고 코에 입에 피까지 철철 흘리는 놈은 땅바닥을 기면서
혁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미, 민혁아... 내.. 잘못했다...>
<더러운 손 치워!! 너한테 손을 댔다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니까!! >
혁은 놈이 붙잡을 팔을 다리로 뿌리치고 다시 놈의 턱을 걷어찼다.
놈은 다시 입으로 피와 침을 내뿜으며 大자로 널부러졌다.
<네놈은 도망을 칠 것이 아니라 죄값을 받았어야 했어. >
<내,내는 걍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게 억울해서 장난으로 그랬던 기다,...>
다시 놈의 옆구리로 혁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뭐, 장난? 야 이 새끼야!! 그게 장난이라고? 살인을 저지르고도
장난이라고 할 참이야?!!! 네놈이 한 짓을 생각해봐!! 그건 범죄야.
그것도 남자로서 가장 야비하고 추악한... 알아!!!>
혁은 다시 놈 목덜미를 잡아서 면상에다 주먹을 꽃아넣었다.
뒹굴뒹굴 구르듯 넘어진 놈은 이제 일어설 기력도 못찾고 있었다.
놈이 입고 있던 가죽점퍼 안의 티가 혁의 손에 너덜너덜해져버렸다.
<경찰이 네놈을 찾고 있어. 조만간에 수배령도 내려질 거고 어차피
네놈은 도망가도 얼마 안가 잡힐거야. 생각같아서는 당장 경찰한테 끌고
가고 싶지만 네놈과의 악연도 인연이니 차마 그럴 수는 없고 네 양심과
운에 맡겨두지. 다시는 내 눈앞에, 아니 이 근처에 얼씬거리지마.
그리고 만약에 그 아이 -우쿄- 한테 또다시 손끝하나 건드렸다간 정말 네놈
모가지를 비틀어버릴거야. >
그런 뒤 돌아서려던 혁은 발 밑에 뭔가가 떨어져 있음을 보고 ?었다. 놈의 지갑인데
텅 비어 있었다. 놈의 배 위에다 던지듯 떨어뜨린 혁은 빈 지갑에 찢어진 티셔츠가 그냥
가기가 마음에 걸린 듯 자기 지갑에서 만원짜리 몇장을 뽑아서 거지에게 적선하듯 던져주고
골목을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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