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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2부 - 단편8장
16-03-27 07:13 2,718회 0건








8. 윤은경 & 오디션 준비




[1]
하은주가 가고 난 뒤에 나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느라고 한동안 방안을 서성이면서 커피를 세잔이나 마셔야 했다. 그리고 나서야 조용해져서 나는 내 일을 할 수 있었다.

저녁이 되자 이하영이 나에게 이리로 출발한다고 전화를 했다. 그녀는 정선미를 데리고 사무실로 왔다. 이하영은 정선미에게 우리가 하는 일을 전부 구경시켜주고, 또 아틀리에에서 직접 촬영과 편집하는 것 까지 다 보여주었다고 했다. 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정선미에게 물었다.



"보니까 어때요? 같이 일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정선미가 웃으며 말한다.



"배워서 해야죠. 이 일도 안하면 엄마랑 언니한테 쫒겨나요. 그런데 저 시급은 얼마예요?"
"나는 모르지. 박사장님이랑 얘기를 더 해야 해요. 아마 다른 데 보다는 많이 주지 않겠어요?"

"그럼 나는 언니한테 돈을 받아요?"
"아니지. 언니랑 의논해서 결정되면 회사에서 그 돈을 주는 거죠. 왜요?"

"언니는 돈을 안 줄 것 같아서요. 하하."
"하하하. 그럴 일은 없어요. 일을 하면 당연히 돈을 받아야죠."

"선미씨는 그런 걱정 하지 말고, 일이 익숙해질 때까지 하영이한테 그림자처럼 붙어다녀요."
"예. 알았어요."




정선미가 웃으니까 일단 안심은 된다. 그런데 이하영이 끼어든다.


"그럼 이제 오빠는 촬영 안해도 되겠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 오늘 선미언니 첫날인데, 혹시 저녁 쏠 마음 없어?"
"박사장님은? 여기로 안 오시나?"

"오늘은 언니 여기로 안와요. 매장 돌고 의정부 식당으로 바로 간다고 했거든요."




나는 이하영과 정선미를 데리고 파스타 집으로 갔가. 우리는 파스타와 샐러드를 주문했다. 나는 농담삼아 이하영에게 스테이크를 먹으라고 했더니, 그녀는 여기는 너무 비싸다면서 돈이 아깝다고 한다. 나에게 다음에 자기 학교 앞에 있는 그 스페셜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스페셜 스테이크를 먹고나서는 꼭 같이 잤기 때문에 나는 알았다고 하고 웃어넘겼다. 정선미가 뭐냐고 물으니까, 이하영은 열심히 설명해준다. 그렇지만 우리가 자러 간 얘기는 당연히 뻬놓는다.

정선미는 이하영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위인데도, 훨씬 어려보인다. 그런데 몸매를 놀고 보면 박혜주 정도의 볼륨은 되는 것 같다. 얼굴은 이하영보다는 앳돼보이고 또예쁘다. 그래도 이하영은 믿음직스러워 보이지만, 정선미는 엄청 불안해 보인다. 이제 겨우 첫 날이기 때문일까?


이하영이 내게 물었다.



"우리 와인 마시면 안돼?"
"이 더위에?"

"덥다고 술을 안마시면 되나? 선미언니한테 위하여는 해야지."
"좋아. 그럼 마시자."



이하영이 가더니 와인 한 병과 잔 세개를 들고온다. 나는 병을 열어서 세 잔에 절반 정도씩을 따랐다.



저녁을 먹는데 하은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자기 일이 이제 마쳤는데, 너무 피곤하다면서, 내일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우리는 와인까지 마시고 나서 파스타집 앞에서 헤어졌다. 그녀들은 지하철 역으로 가고, 나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2]
윤은경에게서 9시쯤에 전화가 왔다. 자기가 지금 막 회사에서 출발했다면서, 나보고 20분만 기다리라고 했다. 가는 길에 여기에 들러서 나를 태워가겠다는 것이다. 나도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시간에 맞춰서 사무실 밖으로 나와서 윤은경을 기다렸다.

얼마 후에 윤은경이 와서, 나는 그녀의 차에 탔다. 나는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서 계속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그녀가 이야기를 하면서 가끔씩 웃기도 한다. 아침보다는 훨씬 밝아진 것 같다. 마음이 놓인다.



"자기 혹시 정치하고 싶은 마음 안들어?"
"정치? 왜?"

"우리 사장님 국회의원이 되고 나니까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
"어떤 쪽으로? 좋게 변했다고?"

"내막을 모르니까, 좋다는 말은 못하겠는데, 아무튼 좋아보여. 있어보이고. 하하."
"누나. 나는 정치랑은 아예 안어울리거든. 내 생각에 정치는 인간이 할 짓이 아닌 것 같아."

"우리 사장님도 처음에는 그랬다고 하던데? 그런줄 뻔히 알면서도 회사를 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대. 혹시 자기도 나중에 그렇게 될 지 모르거든."
"무마. 우리가 그럴 정도로 클 수 있을까?"

"무슨 소리야? 우리는 저 회사보다 훨씬 더 커야 하거든요. 지금까지 우리 은행 대출 한푼도 안받고 이만큼 했으면 잘 한 것 아니니?"

"사업을 하려면 은행 대출로 하는 것이 맞지. 누가 집을 팔아서 사업을 하냐?"
"아니야. 대출받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우리는 청담동 그녀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녀의 분위기는 좋은 것 같다.





[3]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도 갈아입고 소파로 왔다. 나는 그 사이에 소파에 있는 테이블로 와인 마실 준비를 해두었다.

그런데 그녀가 입은 옷은 다 가려지지도 않는 옷이다. 짧은 스커트는 팬티도 못가리고, 그냥 두르기만 한 것 같다. 위에 걸친 끈나시는 너무 깊게 파여서 자칫하면 젖가슴이 나올 지경이다. 또 이 끈나시는 너무 짧아서, 아래 자락과 미니스커트의 윗단 사이에는 손바닥만큼 벌어져있다. 배꼽은 물론, 젖가슴의 아래쪽이 드러날 정도이다.

아무리 열대야라서 더운 밤이기는 하지만, 에어컨이 켜있는데, 이 정도는 해도 너무한다. 윤은경은 지금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머머. 자기가 이걸 다 차렸어?"
"오늘 한 잔 하자고."

"이 더위에 왜 그래? 무슨 일 있니?
"너무 답답해서 .."

"무슨 일인데? 내가 더 답답하다. 그러지 말고 말을 해."

"황영철 아파트 팔아서, 그 돈을 다 썼는데도 아직도 이 모양이니 .. 이제 영철이 오면 내가 뭐라고 말을 해?"

"공사하는 데 써놓고 왜 그래? 누가 들으면, 자기가 사업하다가 그 돈을 다 날린 줄 알겠네."




이야기를 하는데, 내 눈이 자꾸 그녀의 어깨와 젖가슴으로 간다. 훤히 드러나 있으니까 나도 보는 수 밖에 없다. 일부러 내가 고개를 돌리는 것은 더 어색하다. 윤은경도 이런 나를 알지만, 그냥 씨익 웃고 만다.



나는 공사 때문에 내 잔고가 바닥이 났다는 말과 다음 주에 악기를 구입하는 문제를 이야기 했다. 그녀는 자기가 갖고 있는 비상금에서 10억을 밀어넣겠다고 했다. 그 돈은 회사 돈인지, 아니면 황영철의 돈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 정도의 돈이면 이번 가을 신상품을 기획하는 비용은 나올 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또 우리는 박혜주의 투자는 기획사 문제가 안정권에 들어설 때 까지 미루기로 합의했다. 자신도 없으면서 남의 돈을 덜컹 받는다는 것도 위험천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은경이 잔을 비우더니 한마디 한다.




"자기야. 나도 이 아파트를 파는 것이 어떨까?"
"이 집을? 왜 파는데? 그럼 누나는 어디서 살게?"

"나야. .. 뭐. .. 그냥 오피스텔 하나 얻어서 살고."
"우리 요새 그래야 할 정도로 심각해?"

"그게 아니라, 내가 과장님이랑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 과장님이 내 이름으로 이 아파트를 사줬단 말이야. 지금은 어차피 나도 한 배를 타고 있는데, 이제 이런 아파트가 무슨 소용이 있어? 과장님도 자기 집을 팔았는데."

"그 집은 미국 가면서 어떻게 될 지 몰라서 팔은거잖아. 그런 슬데 없는 생각 하지 말고, 이 집은 그냥 갖고 있어. 나중 일을 어떻게 알고 그래? 영철이네 남매는 우리 집에서 살면 되지만, 누나는 .."

"아니면 내가 오피스텔로 나가고, 과장님보고 여기서 살으라고 하든가."
"제발 그런 엉뚱한 생각 하지 말라고. 우리 집이 비어있다니까."

"그럼 나도 거기 가서 같이 살아? 하하."
"뭐라고? 누나가 원한다면, 그래도 돼. 지금 당장 빈 방이 세 개나 되니까."

"자기 지금 그 말 농담으로 하는 거야?"
"진심이거든요."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진다. 나는 내가 실수햇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리와 윤은경 둘이 다 우리 집에서 같이 산다는 것은 내가 보기에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와아아. 자기 진짜 바보같다. 자기 어머님은 그 집을 팔려고 내놓으셨거든요. 모르고 있니?"
"그래? 나는 전혀 모르는데?"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우리 집을 파는 일에 대해서 나는 전혀 모르는데, 윤은경이 알고 있다니. 나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런데 윤은경이 말을 계속했다.



"그 집 팔아서 다른 데로 투자하신대. 나한테 맡기셨어."
"그럼 나는 어쩌라고? 논현동 사무실에서 살아야 하나?"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자기 엄마야? 하하. 자기 진짜 엄청 귀엽다."
"그 얘기는 언제 나왔는데?"

"지난 주말에 어머님이 해리네 시골에 내려가면서 나랑 만나서 점심 식사를 같이 했거든. 그 때 그러시더라. 자기야. 아무리 바빠도 어머니랑 얘기좀 해라."

"완전 어이없네."



나는 오늘 아침에 어머나와 잠시 같이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그런 말씀은 일체 없으셨다. 깜빡 하신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비밀로 하시는 것일까? 이제 곧 미국으로 가신다고 했는데, 이번에 나가시면 아예 안 들어오실 생각인가? 혹시 나를 데리고 나갈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

그녀의 얼굴이 내 얼굴 가까이로 다가온다.그녀의 두 손이 내 뺨으로 온다. 그녀의 빨간 입술이 내 입술에 와서 입맞춤을 몇번 하면서, 그녀의 손가락은 내 뺨을 조용히 쓰다듬는다.



"자기야. 할 얘기 아직 더 있어?"
"왜? 피곤해?"

"피곤한 것은 문제가 안되고, .. 자기 요새 나한테 너무 안 오잖아. 그래도 돼?"
"그건 요새 공사랑 촬영 때문에 .."



윤은경은 내 입술을 빨아당긴다. 나도 같이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나는 그녀의 어깨와 목으로 팔을 둘러서 그녀의 몸을 당겨 안았다. 그녀는 나에게 쓰러지듯 몸을 부딪쳐온다. 나는 팔걸이로 몸을 기대며 누워야 했다.

그녀의 손은 어느새 내 바지를 풀어헤쳤다. 그녀의 손이 내 팬티 위에서 화가 나있는 내 남성을 건드린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녀는 내 팬티를 들추고 그녀의 손은 내 남성을 감아쥔다. 그녀는 내 입술을 거칠게 빨다가 내 목으로 내려간다. 내 려와 입술도 그녀의 목과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뭐 어때?"



윤은경은 내 남방의 단추를 풀어헤쳤다. 남방과 바지는 벗겨지고, 나는 팬티 한 장만 입고 있다. 그렇지만 그 팬티마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윤은경은 옆에 있는 물티슈 팩에서 물티슈를 꺼낸다. 내 남성을 감아쥐고 조심스럽게 닦아낸다. 그리고 귀두에 가볍게 입맞춤을 몇 번 한다.




"너 오랜만이다. 하하."



그녀의 혀가 나와서 귀두를 핥는다. 그녀의 입이 열리고, 페니스는 그녀의 입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그녀는 입으로 물고, 입 안에서 혀로 이쪽 저쪽을 감는다. 그녀의 머리가 오르내리면서 빨기 시작한다. 그녀의 입 안에서 페니스는 에너지를 받는지, 점점 자라고 단단해진다. 나는 쏟아져내리는 그녀의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녀가 나를 보며 웃는다. 한참만에 그녀는 페니스를 뱉어내고 내게 묻는다.



"이제 넣는다?"
"왜 이렇게 급해?"

"하루 종일 자기가 여기 온다는 생각 때문에 .."




그녀는 팬티를 벗고 내 위로 올라앉으면서 바로 단번에 끝까지 삽입시킨다. 페니스는 뜨거운 동굴 깊숙이 박혀있고, 그녀의 뜨거운 액체가 기둥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녀의 엉덩이가 내 음부에 와서 지긋이 누르면서, 그녀는 턱을 위로 치켜들고 신음을 뱉는다.



"흐윽. .. 하악. .. 하아아. .."



나는 윤은경의 스커트를 들추고, 그녀의 탱탱한 양쪽 엉덩이를 단단히 잡았다. 그녀의 동굴 벽은 페니스를 꼭 물고, 그녀의 엉덩이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도 천천히 내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하아. 자기야. .. 하아아아. .."



윤은경은 내 손 하나를 끈나시 안으로 가져간다. 나는 그녀의 젖꼭지를 두 손가락으로 잡고 당기고, 누르고, 비틀기를 반복하다가, 손을 넓게 펴서 젖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른다. 그녀의 손이 내 손등을 덮는다.

그녀의 엉덩이가 천천히 아래위로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젖가슴도 출렁거린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쓸어넘겨도 자꾸 앞으로 흘러내린다. 그녀의 허리는 이쪽 저쪽으로 뒤틀린다. 그녀는 엉덩이에 힘을 주면서 자꾸 물어온다. 그녀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이대로는 아무래도 내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



"흐으윽. .. 크흐으윽. .. 좋아. .. 하아악. .."



윤은경이 몸을 내게로 굽힌다. 나는 끈나시를 위로 겨드랑이까지 걷어올렸고, 그녀는 머리 위로 훌렁 벗어버린다.

나는 일어나서 몸을 돌려서,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녀는 양쪽 정강이를 소파에 붙인 채로 엉덩이로 내려찍기를 반복한다. 그녀는 힘이 드는지, 아니면 자극 때문인지, 두 팔로 내 목을 감은 채로 자꾸 신음을 뱉는데, 음정이 점점 높은 소리로 올라간다.



"하악. .. 자기야. .. 아흑. .. 너무 좋아. .. 흐으윽. .."



그녀의 젖가슴은 내 얼굴에 와서 계속 부딪친다. 나는 한쪽 젖가슴을 입에 물고 빨았다. 젖꼭지를 여러 번 지긋이 깨물자, 그녀의 허리는 이리 저리 뒤틀리고, 그녀의 엉덩이는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나도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위로 쳐 올린다.

한참 지나서 윤은경이 내게 매달리며 몸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하아. .. 자기야. 나 거의 다 왔거든. 자기가 위에서 박아줄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윤은경이 몸을 일으키더니 소파 위로 벌렁 눕는다. 나는 그녀 아래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녀의 엉덩이를 내 허벅지 위로 당겨놓고 바로 삽입시켰다. 그녀더 두 손으로 팔걸이를 잡고 허리를 돌리면서 엉덩이를 회전시킨다. 나도 힘껏 박기 시작했다.

얼마 있다가 그녀는 나에게 자기 위로 올라오라고 했다.



"하아. .. 올 것 같아. 자기가 이리 올라와."



나는 윤은경의 몸 위로 내 몸을 싣고 엎드렸다. 그리고 속도를 높였다. 그녀의 허리가 아래위로 굽었다가 펴지기를 반복하면서 엉덩이가 퍼덕거린다. 그 바람에 나도 사정해버렸다. 그녀도 몸이 굳어버린다. 그녀의 온몸이 나에게 깔린 채로 퍼덕인다.


"하악. .. 아항. .. 하아악. .. 하아아. .."



거기서 우리의 몸부림은 막을 내렸다. 윤은경이 마치 번갯불에 콩 볶듯이 거뜬하게 한 판을 해치운 것이다. 윤은경은 물티슈를 뽑아서 나를 빼내게 한다. 그리고 나를 씻어주고, 그녀는 욕실로 갔다.










[4]
한참 있다가 윤은경이 욕실에서 돌아왔다. 우리는 와인을 마셨다.



"왜 그렇게 급했어?"
"요새 이일 저일로 쌓이는 것도 많고, 자기도 나를 쳐다도 안보고 .."

"나랑 똑같네."
"뭐야? 내가 자기를 안 쳐다봤다고? 또 무슨 일이 생긴 거니?"



나는 더싸다닷컴이 이하영에게 한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또 박혜주가 한 말도 했다. 내 말을 들으면서 윤은경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더럽고, 치사한 놈들 .. 인간이 아니네."
"토나올 것 같아."

"박사장님 말이 맞는 말이야. 그런 애들은 워낙 잔대가리를 많이 굴리기 때문에 꼬투리를 잡기가 쉽지 않거든."

"그럼 우리가 폭력을 써야 해?"
"안 그러면 계속 당할래? 그러니까 박사장님은 류건상이를 시키자는 말이잖아?"

"그렇지."
"하지마. 이 일은 과장님 오시면 의논해서 하도록 해. 앞으로 2주는 참을 수 있지?"

"걔가 알면 또 혈압 올라갈 일인데. .."
"아니야. 과장님은 이런 일을 해도 단방에 끝낸단 말이야. 뒤도 없고, 완전 깔끔해. 그러니까 자기는 조용히 기다려. 그러면서 걔네들이 점점 더 나쁜 짓을 할테니까 계속 지켜봐."

"나도 박사장이랑 그렇기 하기로 말은 했어."
"그 자식들이 지금 복수하는 거야? 아니면 무슨 심뽀래?"

"아무래도 복수 같아."
"그게 잘못이지. 자기네 여직원들한테 하는 복수를 왜 자기가 받는데? 상대를 완전히 잘못 정한 거지. 골빈 자식들 .."




윤은경이 내린 결론은 황영철에게 맡기자는 것이고, 나도 그녀의 말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속이 후련했다. 윤은경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또 내가 그녀에게 하려고 마음먹었던 일도 다 털어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해졌다.

나는 윤은경에게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늦었어. 갈테니까, 누나도 쉬어."
"지금 가지 말고,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돼?"

"안돼. 집에서 어머니가 기다리시잖아."
"자기가 집에 안 가면, 논현동에서 자는 줄 아시거든요. 그 나이에 엄마 찌찌 만지면서 자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 다른 말 자꾸 하지 말고 더 있어. 지금 12시도 안됐거든."

"일찍 자고, 내일 아침에 어머니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이상하네. 지금까지 내내 안 하는 것 같던데, 왜 하필 이 밤중에 그러는데?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그러니?"

"알았어."



오늘따라 윤은경은 집요하게 나를 붙잡는다. 나는 윤은경을 뿌리치지 못했다. 오늘 그녀에게서는 평소와는 다른 점들이 계속해서 눈에 띈다.

우리는 와인 한 병을 다 비웠다. 그녀는 가짜석유를 유통시키는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회사 비서실에서 생기는 갈등 몇 가지를 이야기해주었다.



"이런 말 하니까, 내가 엄살 부리는 것 같지?"
"하하. 무슨 소리야? 누나가 힘들게 일하는 것을 나라고 모를 줄 알아?"

"이런 일들이 매끄럽게 되지 않는 이유는 딱 한 가지야. 바로 과장님이 없어서야. 과장님 있을 때에는 이런 잡음이 일체 없었거든."



그렇다면 황영철이 돌아오는 이유는 이런 좋지 않은 일들 때문일까? 혹시라도 그가 위험에 처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까?

그런데 윤은경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오늘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녀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나에게 일체 말을 하지 않았다. 강철 같이 강한 여인 윤은경이 변해가는 것인가? 강한 여인 윤은경의 내면에 있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수성 때문일까?



"자기야. .. 안 그래도 세상 살기 힘들텐데, 나까지 이러니까 부담스럽지? 미안해."
"무슨 소리야? 누나가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니까, 나는 엄청 좋은데?"

"그러니? 그래도 자기랑 이런 답답한 얘기를 조금 하고 나니까 기분이라도 훨씬 낫다. 하하."
"기분이 좋은 것도 잠시 뿐이겠지. 내일이 된다고 이 세상이 달라지겠어? 내일이 되면 다시 마찬가지일거야."

"그럼 또 이렇게 얘기하면 되지. 자기는 내일도 있을거잖아? 뭐가 걱정이래?"
"내가 누나한테 힘이 될 수가 없어서 정말 미안하네. 진심이야."

"됐어. 들어주기만 하는 것도 어디야? 사실은 나도 과장님이나 자기한테도 할 말이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자기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하고 살겠어? 나도 할 말, 안 할 말은 가려가면서 한단 말이야. 그런데 갈수록 하지 못하는 말들이 많아지니까, 나도 갈수록 너무 힘들어져."

"누나만 그러나? 나도 마찬가지야."
"너는 남자니까, 어디 가서 풀 수도 있잖아? 나는 그럴 수도 없고 .."

"내가 풀기는 어디 가서 풀어? 내 얘기를 누나 아니면, 누구한테 가서 하겠냐? 얘기한다고 무슨 수가 생기기는 해? 누나는 처음부터 나를 주욱 지켜보고, 누나는 내가 하는 일도 알잖아요. 누나랑 얘기가 통하니까 서로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러지."

"뭐야아. 내가 자기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 이제 고만하고 침대로 가자. 내일 또 무엇을 하더라도 해야지?"




우리는 침대로 갔다. 그녀의 침대에서 다시 한 번 우리의 몸이 뒤엉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녀의 몸부림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거칠고 격렬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우리가 술을 마셨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끝나고 나서 욕실로 가는데, 윤은경은 다리를 절뚝거리고, 나는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할 정도였다. 우리는 마주보고 킥킥대며 웃었다.



"자기야. 지금 내 꼴이 이게 뭐야?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나봐."
"누나가 몇 살이나 됐다고 벌써 나이를 말하냐?"



나는 윤은경을 안아서 잠들도록 한 후에, 새벽 두시가 넘어서 그녀의 아파트를 나왔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나가는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밤 길에는 거의 비어있다. 택시는 무서운 속도로 달린다.

집으로 오는 택시에서 보이는 바깥 세상은 어두움과 그 어두움을 밝히는 불빛들 뿐이다. 나나 윤은경도 이 어두움 속을 희미하게 밝히는 불빛이나 무엇이 다를까? 몇 시간 후에 날이 밝아지면 어두움은 가고 불빛들도 꺼질 것이다. 우리도 앞으로 이런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윤은경도 윤은경이지만, 나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 쇼핑몰은 누군가가 잘 된다는 말이 나오면, 금방 경쟁자들이 생긴다. 이번에 더싸게닷컴이야 비열한 방법으로 덤벼들지만, 합법적인 경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은 우리가 황영철에게서 나오는 막강한 자금, 김수연과 다른 여우들 그리고 이하영까지 앞으로 또 어떤 경쟁자가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까 내 경험으로 본다면 웰빙라이프가 앞으로 남아있는 수명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 우리가 이 바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손을 대는 것이 연예기획사이다. 이것은 너무 황당하고, 꼭 도박하는 기분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로는, 사업이라는 것이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




[5]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는 놀라서 식탁으로 나오신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집에 대한 문제를 꺼냈다.



"이 큰 집에서 혼자 살기가 싫어. 차라리 이 집을 팔고, 작은 아파트를 살테니까 너는 거기서 살아."

"그럼 어머니는요?"

"나는 다음 달에 미국에 갔다가 겨울에 올 생각이야. 서울에서 사는 것은 더 이상 싫어. 차라리 해리네 시골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 생각이야. 몇 년 후에는 아버지도 은퇴하고 귀국할텐데, 두 노인이 할 일 없이 지저분한 서울에서 살면 뭐하겠니? 시골이 훨씬 더 낫지 않겠어? 돈 버는 일은 고만 하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조용하고 깨끗하게 사는 거지. 이것은 아버지와 의논해서 내린 결정이야."

"만일 내가 해리랑 결혼 안 하게 되면 어쩌시려고 그런 결정을 하셨어요?"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네가 정신줄을 놓아버렸다면 또 모를까. .. 나나 아버지는 너희 결혼은 벌써 결정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리가 마음에 안 드니? 걔 어디가 어때서 그러는데?"

"아니.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만일 그렇게 되면 .."
"싱겁기는."



이 일은 이미 내 손을 떠났기 때문에, 더 이상 내가 개입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집 문제는 어머니와 아버지에 의해서, 그리고 결혼에 대한 문제는 해리 손에서 전부 다 이미 결정이 끝난 것 같다. 내가 지금 뭐라고 해봤자, 내가 정신줄 놓고, 뒷북을 치는 미친 짓이라는 소리만 들을 것 같다.

세상 참 무섭다.


어머니와 나는 상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하은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 5시에 드라마 때문에 양재동에서 제작팀 회의가 있고 야간촬영도 있다고 한다. 하은주는 나를 양재동에서 보자고 한다. 아마도 오디션 심사위원 문제 때문인 것 같다.

식사를 끝내고 식당에서 나와서 어머니와 헤어졌다. 어머니는 집으로 가시고, 나는 지하철을 타려고 걸어서 대학로로 내려왔다. 여름날의 한낮은 푹푹 찐다. 오늘 밤도 어김없이 열대야일 것 같다.




[6]
논현동 오피스텔 입구에 도착했는데, 어떤 여자가 혼자 서있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정선미이다. 그녀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왔으면 들어가지, 왜 여기 서 있어요?"

"아직 출입문 비밀번호 번호를 몰라서. .."
"뭐라고? 어제 하영이가 말 안 해줬어요? 모르면 전화를 하시든가 해야지. 이 더운 날 여기 서있으면 어떡해요? 하영이는요?"

"어제처럼 여기서 두 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조금 일찍 오는 바람에 .."



나는 정선미에게 우리 비밀번호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내가 에어컨을 켜는데, 이하영도 우리를 뒤따라 들어온다. 정선미는 이하영에게 간다.



"오빠 왔구나. 언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늦을 것 같아서 택시를 탔는데, 차가 막히는 바람에 .."
"나는 괜찮아. 늦을 때는 지하철이 제일 빠른데."



이하영은 냉장고에서 생수를 따라서 마시더니, 커피를 내린다. 정선미는 이하영을 따라다니면서 하나씩 그런 일들을 배운다.



"여기는 대표님 방이기 때문에 손님들도 오고, 우리 직원들도 있거든요. 음료수 서빙은 우리가 해요. 잠시만요 내가 물어볼께요. 오빠 냉커피 마실꺼야?"

"어. 고마워."
"언니가 이 냉커피 대표님께 갖다 드릴래요?"

"그런데 하영씨는 대표님보고 왜 오빠라고 해? 친척이야? 아니면 둘이 사귀나?"
"우리는 회사 밖에서 알고 지냈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대표님이네. 대표님 소리 보다는 오빠가 듣기에 더 좋을껄요? 오빠, 안 그래요?"

"어? 어. 그래."
"그럼 나는 뭐라고 불러야지?"

"언니도 그냥 오빠라고 부르든가. 아니면 그냥 대표님이라고 해. 나도 모르겠다. 그건 언니가 알아서 해. 여기는 그런 걸로 문제 삼는 사람 없어."



이하영과 정선미는 냉커피를 마시면서 촬영 계획을 세운다. 정선미는 자기가 처음으로 촬영한다고 하니까 긴장된다고 한다.

임선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내가 양재동에 언제 오는가를 묻는다. 자기는 오디션 때문에 오후에는 양재동에 계속 있다면서, 오늘 나보고 자기 방에 들르라고 한다.

우리 셋은 내 차에 타고 양재동으로 갔다.




[7]
나는 공사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제는 공사가 모두 끝나서 청소하는 중이다. 나는 임선호에게로 갔다.

나와 임선호 부부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다. 오디션 지원은 어제가 마감이었고, 지원자들은 모두 45팀이다.

이번 오디션은 참가비가 없다. 누구나 마감일까지 인터넷으로 참가신청서만 제출했으면 된다. 또 이번 오디션은 공개적으로 열린다. 우리 극장에서 객석이 있으니까 구경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그러니까 각 팀은 자기를 응원해 줄 사람들을 데리고 와도 좋다는 것이다.

매일 9개팀씩 5일에 걸쳐서 하고, 참가자는 자기들이 준비한 곡 1개, 그리고 우리가 그 날 정해주는 곡 1개를 부르는 것으로 했다. 만일 1팀이 30분씩 걸린다면, 하루에는 9팀이니까 5시간 정도가 걸릴 것 같다.

그러니까 아침 10시까지 모두 모이게 하고, 준비할 시간을 2시간 동안 준다. 이 때 지정곡을 공개하여 미리 연습할 수 있다. 그런데 지도해주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기들 스스로 연습하여야 한다. 12시부터는 점심 식사를 한다. 오후 1시에 모두 극장에 모여서 시작하면, 6시쯤에 끝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참가자는 자기가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순서 이후에도 끝까지 남아서 다른 팀을 응원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노래 5곡을 정해서 매일 1곡식을 지정곡으로 주어야 하는데, 이 문제는 임선호가 하기로 했다.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종합하여 45개의 팀 중에서 10개의 팀을 선발하지만, 우리는 참가자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그러니까 참가자들도 자기가 생각할 때 잘했다고 생각하는 팀 하나를 추천할 수 있다.

이 오디션 내용은 홍보를 목적으로 웰빙라이프 홈페이지에서 1달동안 게시하여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다운로드는 불가능하다.

심사 내용은 임선호가 음악, 강선혜는 안무, 하은주는 무대와 카메라 적응, 나는 스타일을 맡는데, 만일 하은주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그것도 내가 하기로 했다.

전체적인 일정은 우선 이번 주 금요일에 참가자 전원을 소집하여 일정과 방법을 가르쳐준다. 또 각 팀은 자기 날짜를 추첨에 의하여 정한다. 또 개인 사정으로 조정이 필요한 팀은 조정을 하여 최종일정을 세운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디션을 진행한다.


임선호와 나는 몇 가지 항목에서 의견이 서로 달랐다. 그는 우선 공개에 반대했다. 무슨 오디션을 공개적으로 하느냐면서, 비공개로 하자는 것이다. 그는 또 참가자의 의견을 묻지 말고, 심사위원들의 결정만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우리는 합의하여 기획을 끝냈다.


이 일이 끝나고 나니까 저녁때이다. 그런데 임선호와 강선혜는 하은주에 대하여 아무 얘기도 없다. 어제 하은주가 이 부부를 만나겠다고 했는데, 별 소득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부부와 헤어져서 아틀리에로 내려갔다.

이하영과 정선미가 촬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김영숙과 김수연이 모델을 하고 있다. 나는 이하영에게 정선미가 촬영하는 것이 어느 정도냐고 물었다. 이하영은 바로 엄지척을 한다.



"처음이라서 약간 느리기는 한데, 그래도 잘 해. 진짜 엄청 잘 해. 오빠는 아무 걱정 안 해도 돼."

"언제 끝날 것 같아?"
"촬영은 15분 정도? 편집은 저녁 먹고 해야지."




나는 하은주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제작회의가 방금 끝났다면서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한다. 우리는 곧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이하영에게 내 차의 키를 주고, 나중에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8]
나는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하은주도 신관에서 걸어 나온다. 반팔 티셔츠, 그리고 청바지에 하얀 운동화 차림이다. 나는 그녀와 함께 그녀의 차로 갔다.



"어디로 가지?"
"나 지금 시간 별로 없어.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라도 먹아야 할 판이야."

"야간 촬영은 몇시부터 시작인데?"
"글쎄. 8시쯤이면 시작할거야. 어두우면 되니까."

"그럼 몇시에 끝나?"
"우리 일은 시작은 있어도 끝은 몰라. 사고들이 워낙 많이 일어나거든. 늦으면 네다섯시?"



우리는 그녀의 차에 타고 사거리로 갔다. 그곳에 식당들이 몰려있다. 그녀는 기왕이면 한식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바로 앞에 기사식당이 있다. 그녀는 그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차를 주차한다.



"왜 기사식당? 누나가 택시 기사야? 하하."
"자기는 기사식당에는 안가니?"

"나중에 나이를 더 먹으면 가려고 아껴두는 중.
"나이가 무슨 상관이래? 기사식당이 좋은 점은 음식이 맛있고, 주차장도 넓다는 거야. 밤샘 하려면 아무래도 고기를 먹어둬야 하지 않을까?"



벌써 해가 지고있다. 그래도 아직도 후덥지근하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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