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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왕이 되자 - 32부
16-01-23 20:35 1,579회 0건
32. 봄과 예린, 오랜만의 성태

눈을 뜨고 시끄럽게 울고 있는 자명종을 껐다. 졸린 걸음으로 화장실에 가 거울을 속의 내 모습을 본다. 부스스한 머리와 잠이 덜 깬 표정의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볍게 한숨을 쉰 후 그런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늘 하던 말을 되새겼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시간을 자유 자제로 조종할 수 있다.”

몇 번을 중얼거린 다음에야 씻기 시작했다. 방으로 돌아와 잠옷을 벗고 교복을 갈아입었다. 스타킹을 신으려 서랍을 열었다가 고민에 빠졌다. 밴드 스타킹과 팬티 스타킹. 주인은 밴드 스타킹을 선호해서 그걸 입기도 했지만, 요즘은 학교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흘러내리기 쉬운 밴드 스타킹 보다는 팬티 스타킹이 더 좋지만. 혹시라도 오늘은 학교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밴드 스타킹을 신었다. 이 혹시하는 생각은 며칠 째 빚나가고 있지만. 80 데니아의 검은 스타킹이 내 피부를 완전히 가렸고 적당히 가방에 몇 개의 노트를 집어 넣은 나는 내 방을 나섰다.

엄마는 부산을 떨며 아침 상을 차리고 있었지만 나는 한쪽에 놓여있던 토스트 하나를 집었다. 어차피 이러리 라는 사실을 알면서 왜 매일 아침을 차리는 걸까? 토스트를 우물거리고 있으니 가정부 아줌마가 우유를 따라주었고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며칠 째 엄마의 얼굴에 묘한 그늘이 진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엄마.”
“응?”
“요즘 무슨 고민 있어?”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려고 했지만 묘하게 떨림이 있는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엄마를 대하는 것은 어렵다.

“고민은 무슨.”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어보였지만 표정에 여전히 어두운 기색이 엿보였다. 착각이기를 바란다. 엄마는 아빠를 잃은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슬픔을 겪었다.

“학교 다녀 올게.”
“잘 다녀와.”

엄마가 손을 흔들었고 나는 고개를 어색하게 끄덕이며 집을 나왔다. 기사 아저씨가 모는 차를 타고 이십분쯤 달려 학교에 도착했다. 방학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교에 나와있었다. 학생도 선생도 아닌 사람들도 가끔 보인다. 봄이는 그 사람들이 주인이 바깥에서 만든 노예라고 했다. 학교에서 단련하는 게 자기 능력을 올리는 게 좋을 테니 온 거겠지.

교실에는 들리지 않고 곧바로 옥상으로 향했다. 노트에 정리해둔 글을 읽으며 내 능력에 대해서 고민하고 시간을 다루는 연습을 했다. 노예가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 스스로의 운동 신경을 단련하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며, 나는 저렇게 인간을 초월한 행동을 하는 타입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연습하던 테니스 공을 손에 들고 공중에 집어 던진 뒤 노트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테니스 공은 공중에서 멈춘 상태였다. 테니스 공의 움직임은 멈추었다가 거의 순간 이동을 하듯 최고점으로 이동했다. 물론 순간 이동은 아니다. 멈추었던 시간의 흐름을 단번에 가속 시켰을 뿐.

“예린 선배.”

옥상문이 열리며 봄이가 들어왔다. 아래로 향하던 테니스 공의 시간을 되감았고 테니스 공은 다시 최고점으로 돌아가 멈추었다.

“능숙해지셨네요.”
“아직은 좀 어려워.”

솔직하게 말하며 내 옆에 앉는 봄이를 바라보았다. 봄은 고개를 들어 테니스 공을 바라보았다. 조금씩 혼자서 내려갔다가 올라가기를 반복하는 공을 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굉장히 자연스러운데요?”
“은근히 욕망의 소모가 많아. 카드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그렇게 말하며 봄이의 배를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깨달은 봄이가 가볍게 웃으며 내 손을 가져가 자신의 배에 얹혔다.

“별로 티 안나죠?”
“응.”

여기에 주인의 아기가 생겨있다는 건가. 봄이의 몸도 평소와 전혀 차이가 없어보였다. 가볍게 배를 어루만지자 봄이는 눈을 감고 벽에 기대어 내 손길을 즐겼다. 부러운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자신에게 놀라지도 않는다. 매일 그랬으니까.

“분만실에 있던 사람들은 배가 많이 불렀던데.”
“음, 거기는 마계의 환경과 비슷해서요. 태아가 더 건강하고 빠르게 자라거든요.”
“그래? 그럼 너도 거기 있는 게 안 좋아?”
“주인님이 있지 말라고 하던데요. 다른 노예들 테스트가 끝나면 안전성을 보고 가라고 하더라구요.”

부러움이 더 커졌다. 확실히 사랑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충분히 사랑하고 있으니 부러워 할 필요 없어.”

열려있던 문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자 나의 주인, 성태가 빙글 빙글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봄이에게 먼저 걸어간 주인이 이마에 입을 맞춰주자 그녀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번졌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이마에 입술이 닿는 감각이 없었다. 살며시 실눈을 뜨자 봄이와 주인이 나를 보며 놀리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도대체 왜 나만… 놀리는 지. 억울한 심정에 표정을 컨트롤 하기가 힘들었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는데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내 얼굴이 떨리는 것을 보며 재밌다는 듯 키득거렸다. 요즘은 봄이도 날 놀리는데 재미가 들려 미안한 기색도 없이 웃고 있었다.

“왔어?”

퉁명스럽게 말하자 주인이 내 이마에 입을 맞춰 주었다. 나도 모르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붙잡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

“그냥 좋아해도 되는데.”
“흥.”

표정 관리가 힘드니 고개를 돌리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그때 주인이 말했다.

“조심해.”

뭐가라고 묻기도 전에 공중에 떠있던 테니스 공이 내 머리를 톡 치고 바닥에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공을 컨트롤 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주인은 그 테니스 공을 주으며 감탄한 어조로 말했다.

“제법인데.”
“뭐, 약간은.”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주인은 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뒤에서 그녀를 껴안아주며 나를 바라보았다. 부럽냐는 시선을 노골적으로 보냈지만 나는 태연하게 주인을 바라보았다. 아까는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고 반가운 마음이 들어 동요했을 뿐이다. 지금은 진정되어 표정을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다.

“컨트롤은 무슨…”

주인이 키득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봄이의 얼굴에도 미묘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내 표정은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어.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군.”
“부러워 하는 거 완전히 티 나요, 예린 선배…”

놀림이 가득한 주인의 얼굴도 안쓰러움이 뭍어나는 봄이의 얼굴도 전부 막강한 강적이었다. 내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티 났나? 얼른 화제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할아버지 만나봤어?”
“응, 뭐 별거 없었어.”

주인의 말에 그에게 등을 기대며 앉아있던 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보, 왜 닫으셨어요?”

봄이와 연결되어있던 정보의 흐름을 주인 쪽에서 끊은 모양이었다. 할아버지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화제 전환 용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괜히 마음에 걸렸다. 그러고보니 주인을 부른 다음 날 부터 엄마의 표정도 약간 어두워졌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나의 물음에 주인이 어의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무슨 일이 있을 수가 있겠어?”

그 말에 나도 안심하며 살짝 웃었다. 주인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잘 상상되지 않는 일이다. 할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평범한 인간. 주인에게 해가 될 수 있을 리는 없다. 여차하면 마음을 조종하면 될 일이고.

주인이 작은 성물 상자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내 손바닥 만한 크기의 상자로 예쁘게 포장된 것이었다. 아까부터 신경이 쓰였는데 내 것이었나보다. 받아들고 지금 풀어봐도 되냐는 눈빛을 보내자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쁜 마음으로 상자를 열자 드러난 것은…

“뭐, 뭐, 뭐….”

당황스러운 마음에 말을 제대로 맺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이 생김새는, 분명히, 그래. 나는 이게 뭔지는 알고...있다. 실제로 본… 것은 처음 이지만.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이 조금 가 빨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 이, 이, 이… 이걸 왜… 나, 나한테.”

묘하게 사람 피부를 닮은 질감의 바이브를 보며 말했다. 버튼이 있는 걸로 봐서는 움직이기도 하는 것 같았다.

“좋아하잖아. 자위하는 거.”
“무, 무, 무, 무슨! 누, 누, 누가 그러는데!”
“내 책상에 대고 자위했었잖아.”

잊어버리고 싶었던 과거가 떠오르며 내 몸이 벌벌 떨렸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그 정도로 먼 시간은 무리다. 기억이란 왜 이리 잔혹한 것일까? 잊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더 선명하게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나를 앙하고 물어버렸지.”

죽고 싶다.

“죽지마, 너를 소중히 여기니까 그런 선물도 준비한 거라고. 그거 주문 제작 한거야. 내 세포를 사쿠라가 배양해서 만들어낸거니까 실제 내 피부랑 똑같다고 생각해도 돼. 그리고 버튼 눌러봐.”

망할 구교사의 악마, 사쿠라를 떠올리고 있는데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인이 조종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것만큼은 정말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저항해보았지만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내 손가락은 결국, 그, 자위 기구의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격렬하게 바이브가 좌우로 흔들리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예린아, 사랑해! 예린아, 기분 좋아?]

반복되며 들리는 목소리는 분명히 주인의 것이었다. 낄낄 거리며 이 소리를 녹음했을 주인을 떠올리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봄이에게 구원의 요청을 보내려 했지만 포기했다. 봄이는 웃음을 참으려 고개를 돌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망할 계집애!

“그거 네가 느끼는 흥분 정도에 따라서 다른 대사가 나오니까. 절정에 이를 때는 더 멋진 멘트가 나온다고.”

그렇게 말하며 주인은 봄이의 허벅지에 기계 부품과 생명체 같은 뭔가를 붙였다. 그리고 나의 허벅지에도 비슷하게 생긴 것을 가져왔다. 순식간에 내 허벅지에 달라붙더니 떨어지지 않았다. 생긴 걸로 봐서는 분명히 그 구교사의 악마가 만들어 낸 것이 틀림없었다.

주인은 봄이를 일으키며 손에 그 바이브를 쥐어주더니 내게 다가왔다.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면서도 묘한 기대를 품게 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그런 나를 보며 주인은 히죽 거리고 나를 눕힌 뒤 키스했다.

딱딱한 콘크리트의 질감을 등으로 느꼈다. 그리고 입술에는 부드러운 감각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그의 입에 혀를 밀어 넣자, 주인의 혀가 나를 환영해 주었다. 에로틱한 얽힘 속에 숨이 거칠어지고 더 많은 것을 원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피부를 타고 고막을 울리는 저열하고 촉촉한 소리는 너무 자극적이다. 지독하게 붙어버린 주인의 몸이 좋은 냄새를 흘렸고 나는 거기에 홀린다.

“내가 없어도 열심히 노력했네. 상 줘야겠군.”

주인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그런 그를 똑바로 보기가 부끄러워 조금 시선을 틀었다.

“방금 키스하신 거죠? 저도 똑같이 느껴지던데.”
“응. 너도 예린이가 느끼는 거랑 똑같이 느껴질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즐겁게 해줘야겠지?”

과연 그런 장치였던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아까의 바이브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며 몸을 비트는데 주인이 히죽거리며 놓아 주질 않았다.

“상 준다니까.”
“자, 잠깐만!”

나의 균열에 닿는 꿈틀거림이 느껴졌다. 봄이는 바이브를 단번에 삽입하지 않고 나를 애태우며 클리토리스를 가지고 놀았다. 쾌감이 척추를 타고 순식간에 머리로 전달되고, 내 몸은 떨리기 시작했다. 안돼, 너무… 기분 좋아.

“아앙…”

내 기분을 그대로 느끼는 봄이도 좋은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녀의 신음소리와, 바이브가 내뱉는 망할 대사가 들려왔다. 예린아, 사랑해라는 말에 내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가랑이 사이로 진득한 액이 흐르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주인의 목소리였으니까. 주인은 내 표정을 감상하며 가슴을 주물렀다.

“으흣…”
“아앙…”

봄이와 나의 신음이 뒤섞였다.

“미안, 예린 선배… 이제 못 참겠어요.”

봄이의 말과 함께 나의 속살을 파고드는 막대를 느꼈다. 내 질 속에서 몸을 뒤트는 바이브의 진동을 느끼며 질척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쾌감에 취해있는 나를 주인은 내려다 보며 유두를 손가락으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머리를 많이 썼는데. 음, 솔직히 나도 생각 못한 것들도 몇가지 있고.”
“안돼… 안돼… 칭찬 받으면… 더 이상한 기분이…”

말을 하기 힘들었다. 봄이는 내 몸을 통해 얻는 쾌락에 잔뜩 취해있는 것 같다. 쉴 새 없이 나의 음부를 공격하며 나를 자극했다. 봄이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나의 몸을 이렇게 가지고 놀면서.

“히앗… 응… 응… 읏…!”

전류가 몸을 유린할 때, 봄이의 목소리가 커졌다. 나를 공격하던 그녀의 손길은 멈추어 졌고 이제 나와 같은 감각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었다. 손에 잡히지 않은 바이브가 내 몸속을 휘젖다가 밖으로 튕겨나갔다. 나의 허벅지에 손을 대고 있는 봄이의 체온이 느껴지고, 그녀의 입김이 은밀한 구멍에 계속 닿았다.

“흐읏…”

주인이 내 표정을 보고 만족한 듯 킬킬 거리며 가슴을 주물렀다. 그 손이 너무 좋아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숨 쉬는 방법을 잊은 것처럼 아까부터 계속 불안정한 호흡을 내뱉으며 그가 가지고 노는 대로 내 몸을 내버려뒀다. 손길 하나 하나가 모두 사랑스러워서, 영원히 나를 지배해주길 바라면서 그저 떨었다.

“그렇게 해줄게.”

귓가에 속삭이는 주인의 목소리가 고막을 두드리고, 나는 얼굴을 붉힌다. 언제나처럼 부끄러워하며 솔직하지 못하게 굴며 그가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등이 공기를 맞이하고, 이제는 주인이 바닥에 누웠다. 꼿꼿히 몸을 세우고 있는 그의 물건을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다 그가 원하는 대로 나의 음부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어때? 자지랑 바이브랑 비교해본 감상은?”
“벼, 별다를 것도 없어.”

떨리는 목소리가 나의 동요를 필터없이 그에게 알렸고, 그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그럴수록 내 몸은 더 깊은 흥분에 빠지며 허리를 움직였다. 뒷 목을 핥는 봄이의 혀가 느껴지고 몸이 짜릿함을 즐기며 뒤틀렸다. 내 이성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은 움직임.

나는 그저, 네가 좋아하니까 이렇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야. 그런 생각을 쉴 새 없이 반복했다. 네가 좋아해서, 네가 원해서, 그런 이유로 이런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야.

그때 항문을 간지르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든 오싹한 느낌에 허리가 휘며 주인을 더 깊숙히 받아들였다.

“예린 언니, 여기 엄청 귀엽게 벌렁거리고 있어요.”

말도 안돼, 절대 아니야.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부정했다. 주인은 그런 나의 모습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었다. 봄이는 손가락으로 항문을 계속 간지르며, 내가 느끼는 저릿한 감각을 마음껏 즐겼다. 그야말로 노예답게 주인의 성기를 몸에 꽂고 짐승처럼 교미하며 두사람의 장난감이 되어 유린당했다.

“보지가 엄청나게 조이는데.”
“네가… 주인이… 멋대로 그렇게 조종해서…”
“아닌데. 니가 그냥 그렇게 움직이는 거야. 음란한 여자라서.”
“앗… 하아앙… 아니야… 아니라...구…”

주인의 선언에 수치심이 강하게 들었다. 그럴수록 망할 몸뚱이는 강하게 자극을 받았다. 비오듯 흐르는 땀이 옷을 적셨다. 젖은 블라우스가 몸에 달라붙으며 나를 애무하고, 항문은 여전히 봄이에게 괴롭힘 당하며, 질은 주인의 성기에 휘둘렸다. 감각은 절정으로 나를 이끌고 있었다.

그때 주인의 욕망이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빠르게 침투했다. 차라리 다행이다 여기며, 주인에게 조종 당하도록 마음을 활짝 개방했다. 변명거리는 될 거라는 치졸한 생각이 내 마음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얄팍한 마음은 쉽게 주인에게 들켜버린 듯 했다. 장난기 가득한 그의 얼굴을 보며 나는 또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몸을 조종할 생각이 아닌데.”
“그...럼?”
“지금부터 너는 절정에 도달할 때까지 거짓말을 못하게 될 거야. 우리가 묻는 말에 전부 솔직하게 말해야 해.”

안돼… 라는 생각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주인의 욕망은 나의 뒤늦은 방어에 코웃음을 치며 아주 간단히 나를 점령했다.

“나와 섹스 하는게 좋아?”
“너무 좋아… 미칠 거 같아… 매일 매일, 나를 범해줬으면 좋겠어.”

말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계속 들었지만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항문을 자꾸 간지르는 봄이에게 짜증이 솟아 올랐다.

“그만해! 그렇게 간지르지 말고… 아앙… 그냥 넣어줘.”
“예린 선배가 시킨거에요.”

즐거운 어조로 봄이 말하며 항문에 바이브를 집어 넣었다. 아니야, 이말을 하려고 했던게 아니야!

“하아아아아앙! 히익…! 으으으으응.”
“아앗… 선배 몸… 아앙… 야해… 이렇게 감도가 너무… 좋아서…”
“으응… 으응… 그만… 그런말 하면… 으응… 부끄러워져서… 몸이 더 야해져… 으응…”

맨정신으로는 차마 쏟아낼 수 없는 말들이 무너진 뚝을 넘어선 물처럼 쏟아졌다. 주인이 내 몸을 끌어당겨 자신의 가슴에 붙였다. 엉덩이를 만지는 봄이의 손과 볼에 느껴지는 주인의 가슴이 자극적이다. 귓가에 주인이 속삭였다.

“좀 더 저속하게 말해봐. 그런 거 해보고 싶었지?”
“하고 싶었어… 야하게… 말하면서… 보지에 쑤셔달라고! 으응…자지를 휘저어… 아앗… 주세요… 주인님… 하고… 히익…! 말하고 싶었… 으으으응….”
“계속 말해.”
“힉… 힉… 힉… 하아앙… 나는… 주인님을 볼… 히익.. 때마다… 으응… 보지가 달아올라서… 으응… 지금 마구 쑤셔지고 있어서… 너무 기뻐... 영원히 이렇게… 흐으응… 유린당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몸의 자극도 자극이지만 나 스스로 이런 소리를 내뱉고 있다는 것이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정말로 미칠 것 같은 사실은, 이런 현실이 너무 기분 좋아서 뇌가 녹아버릴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자궁을 자극하는 주인의 성기를 몸뚱아리가 미친듯이 졸랐다. 정액을 달라고, 나도 임신 시켜 달라고. 항문이 휘저어지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아… 어쩌면 나는 벌써 미쳐버린 게 아닐까.

“너무 좋아… 흐응… 너무 좋아… 미치겠어… “
“킥킥킥, 또?”
“주인에게… 강간 당하고 싶어… 로맨틱하게… 안기고 싶어… 데이트 하고 싶어...속박 되고 싶어… 그러면서도 자유롭고 싶어… 함께 있고 싶어….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나도 내가 뭘 원하는 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주인 아기… 나도… 나도… 가지고 싶어… 미쳤어… 나는 아마 미쳤을 거야… 너무 기분 좋아...”

부드럽게 내 볼을 어루만지는 주인의 손을 느끼며 그의 가슴에서 계속 헐떡였다. 항문도 질도 고장 난 것 처럼 움찔거리고 머리 속이 헝클어졌다. 부드럽고, 짜릿하고, 달콤한 기분에 잔뜩 취했으면서도… 그러면서도 나는 더 올라갈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을 향해 내 몸이 미친듯이 움직였다. 단내를 내뱉는 내 입이 열망을 토해냈다. 더 올라가게 해줘… 더 높이… 더…!

주인이 내 겨드랑이에 양 손을 끼우고 나를 조금 들었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며 엉망이 된 내 얼굴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대로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기분이 뒤엉키고 마음이 헝클어졌다. 달아오른 내 몸을 몇 만 볼트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 전류가 관통했다. 격렬하게 몸을 떨며 절정을 즐겼다. 한참을 떨던 나는 주인의 성기를 여전히 내 몸 속에 품은 채 그의 위로 쓰러졌다.그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만지며 중얼거렸다.

“방금 한 말들은… 전부 거짓말이야.”

말 할 기운은 없었지만 남아있는 힘을 다 짜내 입을 움직였다.

“그럴리가.”

주인이 피식 웃으며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진짜야, 그거 다… 거짓말이야. 어… 그러니까… 주인 조종이 실패한거지.”

구차했지만 그렇게 말했다. 아니라는 것은 세 사람이 모두 알고 있는데도, 나는 여전히 솔직해질 수 없다. 주인의 손이 조금 움직여 귓볼을 만지기 시작했다. 봄이가 내 항문에서 바이브를 뽑아 냈고, 그때 조금 움찔 거렸다. 봄이는 나와 주인 곁에 누워 나를 바라보았다.

“예린 선배 몸 장난 아니네요. 이런 걸 할 때마다 느꼈던 거에요?”
“아니야, 아니라고!”
“부끄러워 할 때마다 엄청 민감해지던데.”
“그만 좀 말해!”

나는 주인의 가슴에 얼굴을 뭍었다. 아무한테도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부끄러워… 오늘 잊고 싶은 하루가 더 추가되었다.

***

작가의 말

요즘은 그리 심하게 바쁘지는 않은데 글이 잘 안써지네요
슬럼프인가.. 그런 걸 겪을 때는 아닌거 같은데 말이죵
이번편은 예린의 시점이었습니당

sstory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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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비 [23세](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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