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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왕이 되자 - 34부
16-01-23 20:37 1,641회 0건
34. 트라우마

식칼이 휘두른 카타나가 예린의 목을 향했다. 카타나가 예린의 목에 닿은 순간 그녀의 목에서 피가 세어나왔고, 동시에 욕망이 폭발적으로 방출되었다.

***

예린은 언제나 자신에 대해 고찰했다. 그중에 하나는 자신에 대한 약점이었다. 느린 성장 속도, 평범한 인간을 초월하지 못하는 전투 능력. 전자는 서서히 개선해나가고 있었고,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할 문제였다. 후자는? 당장 언제 게임 참가자와 싸워야 할 지도 모른다. 학교에 돌아다니는 다른 능력자들을 보며 예린은 언제나 생각했다. 저들 중 육체적으로 강인한 능력자와 싸운다면? 개조 인간 중 하나가 자신에게 달려와 죽이려 든다면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예린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예린은 고지식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절하게 적응한 대가였다. 규칙을 준수하고, 정해진 레일을 달리는 데 있어서는 예린은 적합한 인간이었다. 문제는 악마왕 게임에 참가함과 동시에 그 레일이 부서졌다는 데 있었다. 얄팍한 몇가지 규칙 외에는 통제되지 않은 상황이 예린을 괴롭혔다. 예린의 강점은 모두 함께 통제된 상황에서, 명확한 규칙 하에서 빛나는 종류의 것이었다. 예린은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도태되고 있다.

성태의 승리를 단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예린에게 성태는 이미 신과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절대적인 신뢰의 지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보이는 북극성과 같은 존재. 누구도 북극성이 북쪽에 떠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린은 불안정했다. 언제나 승리하는 성태의 옆에 영원히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변하면 돼.”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성태에게 사랑 받고 싶다는 마음이 예린을 불타오르게 했다. 자신의 약점 중 단기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한다. 방침을 정한 예린은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의 취약점인 직접적인 전투. 우선은 피한다. 스스로의 단련법을 바꾸었다. 육체를 수련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수준으로 한정했다.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켜 봄과 연계해 아군 전원의 서포트를 하며 지휘하는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자신이 노려지는 상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투에서 지휘관이 노려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언제고 대비해야 할 문제였다. 그 문제를 인식한 순간부터, 예린은 자기 전 남아있는 욕망을 몽땅 소모해가며 그에 대한 답을 만들어왔다. 침대 위에서 잠들기전 예린은 언제나 손에 커터칼을 들고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조금 베어 피가 세어나오게했다. 동시에 자신의 욕망을 몽땅 방출해 시간을 되돌렸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뜨거운 불이 손에 닿으면 깜짝 놀라 손을 치우는 것처럼.

예린은 고지식 했지만 어리석지는 않았다. 영리하고, 행동력이 있었다. 그것들과 조합이 된 고지식함은 결코 그녀의 약점이 아니었다. 확고한 강점. 예린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신의 허벅지를 조금씩 베고 피가 흐르면 욕망을 모두 쏟아 시간을 되감았다. 탈진한 듯 쓰러져 잠들기를 얼마나 반복 했는지 기억하기도 힘들었다. 어느 날 예린은 자신의 허벅지를 벤 순간 본능적으로 시간을 되감았다. 의식하지 않고 되돌린 시간을 느끼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해냈다.”

욕망이 텅 비었지만 예린은 미소 지었다. 시간을 되감는 행위를 본능에 담는데 성공했다.

***

노력은 예린을 배신하지 않았다. 예린은 식칼이 휘두른 카타나를 보지도 못했지만, 그녀의 몸은 목에서 피가 조금 세어 나오자 마자 욕망을 토해냈다. 예린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이 거꾸로 흘렀다. 그녀가 돌릴 수 있는 최대한의 과거로 향했다.

“허억…!”

예린의 손에 힘이 풀리며 들고 있던 카드를 모두 놓쳤다. 지금이 언제지? 예린은 희미한 의식 속에서 생각하다 휘청거리는 자신을 깨닫고 급하게 무언가를 붙잡았다. 라이더 자켓의 허리였다.

식칼은 개조 인간들에게 둘러 쌓여 싸우고 있었다. 아직 그녀가 날개와 꼬리를 뽑아내기 전의 상황이었다. 예린이 최초의 카드를 사용하기 전인 듯 했다. 식칼은 달라붙은 개조 인간들과 주먹을 주고 받았다. 공평한 거래는 아니었다. 식칼은 거의 데미지를 받지 않으며, 상대방을 철저하게 때려 부수고 있었다.

예린은 바닥난 자신의 욕망을 느꼈다. 텅 비어버린 속을 깨달으며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안돼, 안돼. 다 죽을거야. 이번에는 정말로 내 손으로… 사람을 또 죽이게 될 거야. 그녀의 생각대로 최후의 보험이 발동되었다.

개조 인간 중 하나의 턱을 부순 식칼은 순간 소름 끼치는 감각을 마주했다. 수백개의 예측선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간신히 포착가능한 수준이었다. 말도 안되는 속도일 것이 분명했다. 그런 것이 자신이 싸우고 있는 공간 전체를 그물처럼 그리며 이어졌다.

[뭐...야.]

폴리는 웃지 않았다. 하나 둘이면 모르지만 수백개에 이르는 예측선, 그리고 한 점을 향하는 것이 아닌 공간 자체를 촘촘히 매운 그것을 느끼며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죽는다.”

식칼이 중얼거렸다.

개조 인간들이 전투 전에 던져두었던 수 많은 암기가 식칼이 머문 자리 주변에 멈추어 있었다. 수풀 속에, 창문 너머에, 나무 옆에… 온갖 지형지물 사이 사이에 출발 직후 예린에 의해 시간의 흐름을 빼앗겨 있었다. 예린의 욕망이 바닥나자 마땅히 이루어졌어야 할 운동이 비로소 다시 시작되었다.

폴리는 카타나에서 식칼의 몸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몸의 통제권을 빼앗았다. 평범한 카타나가 되어버린 칼을 휘두르며 몸을 움직였다.

탄막을 형성한 암기들이 공간을 향해 사납게 몰려들었다. 개조인간 하나의 목을 뚫고 나온 주먹만한 칼 하나가 식칼의 얼굴을 향했다. 폴리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피하고 카타나를 세로로 들어 목과 명치를 방어했다. 세개의 물체가 카타나에 부딪히며 팅겨나갔다. 그것이 샤프와 콤퍼스, 커터칼이라는 사실에 폴리가 히죽 웃었다. 미쳤군, 저렇게 위험한 물건인 줄 몰랐는데. 폴리는 낄낄거렸다.

팔과 허벅지를 이름 모를 물체 몇개가 관통했다. 폴리는 신경쓰지 않았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 죽어 나자빠지는 개조 인간 하나의 목을 붙잡고 그 옆에 쓰러져가는 개조 인간의 앞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꼬치를 꿰듯 카타나로 두명의 인간을 이었다. 인간 두명의 방패 뒤에 몸을 웅크렸다. 두 인간을 관통하고도 포식을 멈추지 않은 과일칼 하나가 식칼의 어깨에 밖혔다. 고통 속에서 폴리는 조금씩 몸을 틀었다. 방패를 포기하지 않고, 치명상을 주지 않을 예측선만을 허용했다.

몇 초나 지났을까? 폴리는 여기서 하루 종일 탄막 속에 같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건 위기는 지나갔다. 자신이 서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여겨졌다. 후들거리면서 카타나를 손에서 놓았다. 하늘에 릴리스에게 공주님처럼 안겨 운동장으로 천천히 하강하는 성태의 모습이 보였다.

[킥킥킥…!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폴리는 미친듯이 웃었다. 설마하니 자신이 이런 꼴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릴리스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성태를 바닥에 내리고 그 옆에 섰다.

[뭘 웃냐, 빌어먹을 창녀야.]
“기세가 등등 하시군. 패잔병 주제에.”

릴리스는 여유있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금발 머리를 허공에 한번 휘둘렀다. 그리고는 성태에게 바짝 붙어 팔짱을 꼈다.

“그 시간 아가씨도 대단한데요.”
“예린이야.”

릴리스에 말에 성태가 가볍게 대답했다.

“예린…”

식칼이 중얼거렸다. 온 몸에 암기가 꽂힌 채, 그녀는 조금 웃었다.

“또 같이 놀고 싶어.”
[이년도 제정신은 아니군… 그래… 킥킥... 멍청한 년, 킥킥킥.]

폴리는 두서없이 지껄이며 여전히 낄낄 거렸다. 사쿠라와 리빙빙도 운동장으로 다가와 식칼의 곁에 섰다. 주사기 하나를 들이밀더니 식칼의 몸에 꽂아 넣고 약을 주입했고, 곧 그녀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잘 치료해.”

성태의 말에 사쿠라가 눈을 찡긋 하고 윙크했다. 리빙빙은 자신의 새롭게 지은 구교사 한켠의 병원 시설을 쓸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두 악마는 식칼과 그녀가 떨어트린 카타나를 들고 다시 날아올랐다. 성태는 바닥에 나자빠져 기절해버린 예린을 바라보았다. 라이더 자켓이 그녀를 안아들고 성태에게 오자, 성태는 그녀를 건내받았다.

“이겼네.”

성태가 웃으며 중얼거렸다.

***

예린은 눈을 뜨고 자신의 정면에 보이는 성태의 얼굴을 보았다. 몸이 조금 욱신거렸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개조 인간들이 자신의 능력에 죽었던 것을.

“열네명이었지. 식칼을 제외하고는 다 죽었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성태가 말했고, 예린은 죄책감을 느꼈다. 몸이 떨리며 자신을 안아주고 있는 성태에게 기대려했다. 그의 품에 맹목적으로 달라붙으며 현실을 잊으려 했다. 성태는 그런 예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떨어지기 싫어하며 엉겨오는 예린의 귀에 성태가 속삭였다.

“얼마나 더 죽여야 후련하겠어?”

흔들리던 예린의 동공이 정지했다. 공포가 물든 얼굴로 성태를 바라보았다. 성태가 웃으며 말했다.

“이 살인자야.”
“그건… 나는…”

예린이 울먹이며 성태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이 성태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너를 위해서 그랬어. 예린이 애원하듯 생각했다.

“아니지.”

성태가 뱀같이 웃었다.

“너를 위해서 그랬지. 내 옆에 있고 싶어서.”

예린이 움찔했다. 아니야, 너를 위해서 그랬어. 예린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성태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사랑 받고 싶어서.”

예린은 듣고 싶지 않았지만 성태는 멈추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겼다는 걸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서 죽였잖아? 애초에 네가 준비했던 거잖아. 안 그래?”
“아아아아아아아악!”

예린이 비명을 질렀다. 성태는 눈썹을 조금 뒤틀며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조용히 해. 매너를 지켜야지,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닌데.”

예린이 고개를 돌렸다. 사방에 노예들이 성태와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차가운 시선이 예린을 관통했다. 성태는 그런 예린에게 손을 뻗어 그녀의 옷을 찢었다.

“도덕도 없고, 인륜도 없고.”

옷을 찢으며 성태가 킬킬 웃었다. 순식간에 예린은 알몸이 되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군. 비겁하게 괴로워하는 척하면서. 넌 짐승이야. 짐승에겐 옷이 필요 없지.”

수많은 눈동자가 예린의 몸을 노려보았다. 음욕과 경멸이 뒤섞인 시선에 예린의 몸이 뒤틀렸다. 다리를 꼬으며 가슴과 음부를 가리기 위해 손을 움직였지만 무리였다. 시선으로 강간 당하는 기분을 느끼며 예린은 아찔함을 느꼈다. 보지가 젖어오는 자신에게 당황하는 사이 성태가 다가와 그녀의 양손을 등 뒤로 가져가 잡았다. 예린의 나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어떻게든 가려보려 베베 꼬으는 다리가 더 자극적이었다. 보지에서 흐르는 끈적한 물이 예린의 허벅지 안쪽을 타고 천천히 흘렀다. 민감해진 온 몸에 짜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 몸에 땀이 흘렀다. 땀방울이 피부를 타고 흐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자극이 일어났다. 애액이 그 양을 늘리며 예린의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흘렀다.

“더러운 암캐가… 주인도 아닌 것들이 쳐다보는 시선에도 흥분하는 군. 여기에 널 버려두고 가면 쉴 새 없이 강간 당하겠지.”

예린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야.

“나는, 주인만 원해. 제발…”
“증명해라.”

예린이 급하게 무릎 꿇으며 성태에게 다가가 그의 지퍼를 열었다. 튀어나오는 자지를 보며 혀를 내밀고 핥으며 눈동자를 위로 올렸다.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정성껏 자지를 핥고 고환을 빨았다. 성태가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예린이 몸을 일으킨 다음 엉덩이를 내밀며 책상을 잡았다. 성태의 자지가 예린의 항문으로 들어갔다.

“으흣… 하악…”

쾌감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엉덩이를 흔들며 짜릿함에 몸을 맡기면서도 죽어간 사람들이 떠올랐다. 쓰레기 같은 년, 빌어먹을 창녀. 예린은 쉼 없이 자신을 비난하면서도 허리를 흔들었다. 한심하지만 이 쾌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쓰레기.”

성태가 예린의 등에 가슴을 바짝 붙이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물 밀듯 밀려오는 죄책감에 예린은 눈물을 흘렸다. 비난 어린 시선이 사방에서 쏘아졌다. 그래도 좋았다.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악녀라고 욕을 먹어도 주인에게 버림받지만 않는다면.

예린의 등에서 박쥐 날개가 펼쳐졌다. 꼬리뼈에서 이어지는 검고 매끈한 악마의 꼬리가 튀어나왔다. 엉망이 되었던 살이 전보다 더 매끄러워지고 하얗게 변하며 자신의 안에 토해지는 성태의 정액을 느꼈다. 꼬리가 흔들렸다. 즐거워하는 자신이 미치도록 싫었다. 성태가 다시 한번 귀에 속삭였다.

“이제 그만 정신차려.”

예린으 눈을 떴다. 아까처럼 성태의 품에 안겨있었다. 묘하게 웃고 있는 성태의 얼굴. 예린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교실, 아니, 교실이었던… 지금은 개조된 방이었다. 구조는 늘 보이는 교실과 동일했지만 바닥은 나무가 아닌 고급스러운 대리석 같은 것으로 깔려있었고, 자신은 성태의 품에 안겨 부드러운 침대 위에 있었다.

“재밌는 꿈이었어.”

성태가 키득거리며 속삭였다.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만지며 동시에 꼬리를 만졌다. 야릇한 감각에 몸을 떨며 예린은 자신의 꼬리를 바라보았다. 등에 느껴지는 날개가 있었다. 날개가 움직이자 가볍게 성태의 얼굴을 긁었다.

“좀 접어.”

예린은 당황하며 황급히 날개를 접었다. 성태는 멈추지 않고 꼬리를 매만졌고, 그럴 때마다 찌릿한 감각에 예린이 몸을 떨었다.

“으읏… 꿈… 이었잖아?”
“꿈은 마음으로 꾸는 거지.”

욕망도 죄책감도 마음에서 나오고. 성태가 꼬리에 입을 쪽 맞췄다. 예린이 얼굴을 붉히며 성태에게 더 깊숙히 안겼다. 성태의 손이 꼬리를 놓으며 예린의 스커트 안으로 들어갔다.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장난치며 그것을 이리저리 만졌다.

“이겼으니 상을 줘야겠군.”

예린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그의 가슴에 머리를 비볐다.

“내 마음을 다 뜯어 고칠 수 있잖아.”

다소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성태는 알아들었다. 죄책감이 들지 않도록, 어떠한 슬픔도 느끼지 않도록. 예린을 개조하는 것은 물론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 예린이 내뱉는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성태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예린은 만족했다. 어쩌면 단순히 그의 품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치유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사실은 응석부리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로 그렇게 해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스스로 짊어져야 할 짐까지 떠맡기며, 인형처럼 개조 인간들처럼 그의 곁에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원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것.”

성태가 소리 내어 말하자 예린은 부끄러움에 몸을 떨었다. 직접 들으니 생각보다 데미지가 강렬했다. 키득거리는 성태의 웃음에 수치심이 올라오면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빌어먹을 싸움은 끝났고, 어쨌건 한동안은 일상으로 돌아올 터였다. 눈물이 흘렀다. 꿈에서와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었다. 성태는 그런 예린의 볼에 가볍게 입맞추었다. 예린은 손을 움직여 눈물을 닦아냈다.

“조금 귀여운데.”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는 그녀를 보며 성태가 말했다. 눈가를 손등으로 비비던 예린이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가라앉았던 얼굴이 다시 한번 달아오르고 있었다. 성태는 그런 예린이 재밌었다.

“귀여워, 귀엽다고, 귀엽다는 말이 듣기 싫어?”

예린은 고개를 흔들었다. 계속 듣고 싶었지만, 감당하기 힘든 부끄러움이었다. 사실 그녀가 성태를 대할 때 감당할 수 있는 부끄러움이란 것은 거의 없었지만.

성태가 예린의 팬티를 잡아당기자 그녀가 다리를 움직이며 그를 도왔다. 성태가 예린의 꼬리를 툭툭 쳤다.

“자위해봐.”

순간 예린이 성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뭘 하라고? 예린은 대답하지 못하고 성태의 시선이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따라 움직였다. 매끄럽고 아름다운 검은색 꼬리가 보였다. 성태가 다시 한번 그 꼬리를 툭툭 쳤다. 의미가 명백했다. 예린이 입을 어어 하고 벌리며 다시 성태를 바라보았다.

“명령이야.”

능글 맞게 웃으며 성태가 예린의 귓볼을 입술만으로 살짝 당겼다. 예린은 쭈뼛거리며 꼬리를 움직였다. 악마의 꼬리가 조금 떨리며 천천히 예린의 보지로 향했다. 입구에 가져다 댄 것만으로도 온 몸에 전류가 흘렀다. 축축한 액과 보지의 벌렁거림이 꼬리를 통해 민감하게 느껴졌다. 성태가 자신을 바라보자 예린은 애꿎은 꼬리만 계속 바라보았다.

“내 눈을 보면서.”

터질만큼 붉어져버린 예린의 얼굴이 결국 성태를 향했다. 그리고 꼬리를 자신의 보지에 집어넣었다.

“아앙…”

달콤한 숨을 성태의 얼굴에 토해내고 말았다. 성태는 그런 그녀의 얼굴의 변화를 즐겼다. 꼬리가 예린의 속살에 들어가 피스톤 운동을 할 수록 그녀의 얼굴이 쾌락에 물들어갔다. 천천히 움직이던 꼬리가 점점 빨라졌다. 매끄러운 꼬리에 진득한 액이 잔뜩 뭍어나오며 빛을 반사했다.

“앗… 앗….”

꿀을 섞은 듯한 단내가 자신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예린은 성태를 바라보았다. 부끄러워, 계속 그렇게 바라보니… 참을 수 없어… 야한 아이라고 생각 하지 말아 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질벽을 마음껏 유린했다. 몸은 거의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절정을 맞이하려는 순간 성태의 손이 꼬리를 잡고 그것을 뽑아냈다.

“아……”

진한 아쉬움이 물든 탄성이 튀어나왔다. 왜? 왜? 네가 시켰잖아. 조금은 토라진 시선으로 예린은 성태를 바라보았다. 성태는 예린을 침대에 눕혔다. 그제서야 예린은 기대를 품으며 자신의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너무도 컸다. 주인이 이 소리를 들었으면… 내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아줬으면… 아니야, 너무 창피해. 안 들렸으면 좋겠어. 갈팡질팡하는 마음이 예린의 속을 들쑤셨다.

예린이 자신의 마음을 들쑤시는 동안, 성태는 예린의 육체를 들쑤셨다. 예린은 자신의 속살을 파고드는 익숙한 감각을 느끼며 다리와 꼬리를 성태의 허리에 감았다. 매끈한 허벅지의 감촉을 느끼며 성태가 허리를 들썩였다.

“아앙…”

육체와 함께 마음까지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며 예린이 성태의 움직임에 맞추어 지신도 몸을 흔들었다. 날개를 가볍게 쓰다듬는 성태의 손길이 좋았다. 그의 움직임도 짓궂은 표정도 모두 좋았다. 예린은 몇번 고민하다 이내 결심을 굳혔다.

“잘들어.”
“응?”

결의에 가득 찬 그녀의 표정을 보며 성태가 미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마음이 보이니까. 예린은 한참이나 오물거리던 입술을 열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성태가 태연히 말하자 예린은 윽, 하는 소리를 내뱉았다. 왜 저렇게 쉽게 말하는 거지? 이게 쉬운가? 아무것도 아니야? 나만 바보야? 어쩐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뿌듯함도 마음 한켠을 채웠다. 성태의 움직임을 즐기며 입을 맞췄다.

“제대로 들었지? 처음 말한거니까… 다시는 말 안해줄거야.”

예린이 눈을 아래로 깔며 말하자 성태는 어처구니 없다는 어조로 말했다.

“처음 아니잖아. 저번에 내 귀를 막고 소리 질렀잖아. 박성태 찡, 사랑해요! 이렇게.”

아래로 향했던 시선이 성태에게로 돌아왔다. 예린의 눈동자가 격렬한 지진을 일으켰다.

“그거 들었어? 어, 어… 그리고 누가 박성태 찡이라고 말했어!”

자신의 항변에 성태는 그냥 키득거렸다. 허리를 마구 놀리자 더이상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헐떡거림이 새어 나왔다. 비겁해… 말 못하게… 하려고… 성태의 자지를 느끼며 그의 허리를 감았던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갔다. 꼬리가 조금 올라가 그의 등을 쓸었다.

“아앙… 하앗… 응… 응…”

정액이 자신을 채우는 느낌에 예린은 기분 좋게 몸을 떨었다. 그런 예린의 귓가에 성태가 악마적으로 속삭였다.

“그걸 못 들으면 병신이지.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

예린의 입이 벌어지며 뭐라 뭐라 웅얼 거리다가 황급히 옆에 있던 베개로 손을 뻗었다. 성태도 손을 뻗었다. 치열한 공방 끝에 예린이 베개를 손에 넣는 것을 성공했다. 그녀는 얼른 그것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조금 전까지 기분 좋은 쾌감의 잔류에 떨던 몸이 수치심에 떨리고 있었다.

***

작가의 말

헤헤, 예린이 살았네요.
31화 보고 쪽지 주신분은 집필실에 있는 자유 게시판에 글을 써두었으니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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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이 [20세](대전)
안뇽뇽뇽~~ 난 귀요미야~ 우리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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