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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멎을 것 같은... - 18부
16-03-25 14:10 6,197회 0건
썩은 물은 순환된다고 해도 계속 썩어 있다. 그 썩은 물을 정화시키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 잘 못된 일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일은 그만큼 힘든 일이었던 것 같다. 나의 안일한 대처와 판단은 정해와 수남에게 정화라는 작용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세삼 다시 느끼게 된다.

“오빠가 오늘 수남 오빠와 화해하지 않으면... 저 정말 화낼 거 같아요!”
“정... 정해야.”

모든 것을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나는 정해에게 스스로 정화를 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수남과 나의 관계, 정해와 나의 관계를 모두 잃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그런 안일한 생각이... 지금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은 결정적 오류인 것 같다.

“내... 내가... 수남이와 화해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듣기 싫어요! 어서 수남 오빠와 화해하세요!”
“큭...”

아주 짧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모든 것을 다 공개하고 내가 왜 이러는지 말한다면...

“수남 오빠도 우리 병철 오빠에게 사과하세요!”

내 생각과 달리 정해는 수남이 편만을 들며 옹호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우리 둘 다 정해에게는 철부지 장부와 같은 입장인 것 같았다.

“제... 제수씨...”
“오빠들이 요즘 왜 이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
“하... 하지만, 저는 두 분이 잘 지내길 원하고 바라고 있다고요!”
“정해야.”
“제수씨.”

수남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나와 수남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먼저 화해의 악수를 청한 건 수남이었다.

“미... 미안하다. 화해하자.”
“......”

난 전혀 준비가 되질 않았는데... 수남이를 바라보며 웃음을 보이고 저 더러운 손을 잡고 화해를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오빠! 어서 수남 오빠 손을 잡아요!”
“......”
“정말... 정말 이렇게 할 거면...”
“아... 알았어. 화... 화해할게.”

뭐가 두려웠을까. 수남이? 정해? 둘 다 아닌...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상실이라는 감정이었다. 수남이와의 화해를 내가 거부한다면 정해는 나에게 인간적인 상실을 느낄 것이고 수남은 친구에 대한 존중을 상실 할 것이다. 수남이 나와의 우정을 상실시킨 것은 맞지만 그걸 이해하고 덮어줄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미... 미안하다. 나도...”
“덥썩!”
“짜식, 이렇게 화해 할 거면서 왜 성질이야?”
“......”

화가 치밀고 분노가 일어난다.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남과 정해만 모르는 나의 진실을 밝힐 수가 없었다. 그들의 진실을 밝히면 나는 나 스스로의 비관과 고통으로 삶에 대한 끈도 상실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아... 답답한데 소주나 한 잔할까?”
“지금? 야, 됐다. 집에 들어가라. 제수씨 무서워서 어디 술이나 제대로 마시겠냐?”
“그... 그래.”

나를 지나치며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수남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젠장... 저 미소...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데 그때 돌아서는 수남을 향해 정해가 묻는다.

“수... 수남 오빠.”
“네?”
“오늘 기분 많이 상하셨죠? 죄송해요.”
“별 말씀을...”
“내일도 일 나가시지 않으면... 내일 다시 만날... 래요?”
“......”

누구를 만나자는 이야기였을까. 수남이를 만나자는 말인지... 정해의 말을 들은 수남이 나를 쳐다보며 대답한다.

“누굴... 만나요?”
“은... 은정이요. 아까 은정이랑 헤어지면서 내일이나 다음 주쯤... 다시 만나자고 얘기를 했거든요.”
“아, 은정씨.”
“괜... 괜찮으세요?”
“음... 저는 상관없는데 은정씨가 싫어하면 어쩌죠?”
“그... 그건 제가 얘기를 잘 해서...”
“그리고... 이 꼰대 녀석도 그렇게 원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

수남이의 말한 꼰대는 나를 지칭하는 것 같았다. 정해의 눈치를 보다 수남의 말에 대답을 해준다.

“상관없어. 내일 나 쉬니까... 너도 내일 특별한 일 없잖아.”
“그래서?”
“만나자. 만나. 오늘 일, 사과도 할 겸... 겸사겸사.”
“대박~”
“만나자고.”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다시 성사가 되었다. 수남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나와 정해는 다시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방바닥에 누워 벽에 몸을 기대며 복잡한 오늘 하루 일과를 되새겨 본다.

“아우... 머리야.”
“병철 오빠, 오늘... 정말 고생하셨어요.”
“고생?”
“하아... 오빠가 요즘 너무 예민한 것 같아요.”
“......”
“수남 오빠와 잘 지내시다가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시면서 행동하시는 이유가 뭐에요?”
“몰라.”
“제발... 얘기 좀 해주세요.”

그 얘기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니, 해서도 안 될 말이다. 왜 그런지는...

“고민이... 있죠? 오빠.”
“고민은 무슨...”
“제 눈을 똑바로 보세요. 오빠는 저에게 거짓말 못하시잖아요.”
“보긴 뭘 봐.”
“오빠에게 거짓말하지 않을게요. 오빠도 진실만 말해주세요.”
“......”
“오빠, 지금 저에게 화가 난 거죠? 맞죠?”
“......”
“맞구나. 화난 거.”
“왜 그렇게 생각을 해?”
“오빠 눈동자. 눈동자 보면 알아요. 오빠는 항상 나에게 불만이 있거나 화가 나면 저를 보는 동공이 흔들린다고요. 말도 못하고... 혼자 꾹꾹 참으려 하니까.”
“내가... 그랬나?”
“네. 지금도 오빠 동공이 흔들린다고요.”
“......”
“말해 봐요. 저에게 왜 화가 났는지.”
“......”
“어서요.”

예리했다. 나를 관찰하고 나를 제일 잘 아는 정해가 나의 심리를 정확하게 맞혀가고 있다. 마치 조각난 퍼즐을 큰 밑그림만 가지고 대충 맞혀가는 사람처럼 나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잠깐이라도 용기가 났다. 그녀의 말처럼... 모든 것을 진실되게 말하고 싶었다.

“그... 그게...”

힘겹게 나의 입술이 벌어진다.

“그... 그게 그러니까...”
“......”
“요즘 내가 말이야...”
“오빠, 제발... 말씀 좀 해 봐요.”
“......”

숲속에 살고 있는 사슴의 눈망울을 보았다. 정해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했고 순수함이 묻어 있는 순백의 도화지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하얀 도화지에 나의 사실을 고백하면 낙서가 되고 볼품없는 쓰레기가 될 것 같았다.

“요즘... 내가 컨디션이 별로 인가 봐.”
“......”
“그래서... 짜증도 늘고 정해에게 화만 내는 것 같아.”
“정말... 그게 다예요?”
“...응.”
“다른 이유는 절대 없는 건가요?”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게 다야.”
“진짜죠?”
“응.”
“휴... 전 또 제가 큰 죄를 진 것에... 아... 그냥... 좋지 않은 마음이 들었어요. 아무 것도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큰... 큰 죄?”
“아니에요. 제가 실언을 했어요.”
“......”

실언이라... 그 실언은 실언이 아닌 사실인 것을... 정해에게 또 한 번 느끼는 사실이다. 정해는 거짓말쟁이라는 것.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이 오는 것을 느낀다. 눈을 뜨고 내 옆에 누워 있을 정해를 쳐다본다. 새근새근 깊이 잠이든 정해의 옆모습. 예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째깍거리는 벽시계를 쳐다보니 아직 해가 뜨지 않았을 오전 5시.

“난... 네가 좋아.”

정해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고는 정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부드럽다. 부드러운 정해의 머리카락을 조금 더 쓰다듬는다.

“그런데... 널 사랑하는 내 마음이 너무... 아파.”

또 다시 혼잣말을 하고는 머리카락을 지나 정해의 이마에 살짝 뽀뽀를 했고...

“쪽...”
“아픈데... 사랑하고 싶어. 너무 아픈데... 너와 헤어질 용기가 없어.”

사랑의 고백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애언(愛言)과 상대를 떠나보낼 수 없어 방황하고 갈등하는 고언(孤言), 이 두 가지의 속삼임이 나와 정해 사이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때 잠들어 있는 정해가 잠꼬대를 하기 시작한다.

“오... 오빠... 으음...”
“......”
“하... 하지 마.... 제... 제발...”

내 귀에는 분명 이렇게 들려온다. 정해의 꿈속에 누군가 나타나 정해를 힘들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러면... 안 돼요... 으음...”

누구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대충 누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 상대는 내가 아닐 것이다. 내가 아닌... 내 주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이 꿈속에서도 우리 정해를 괴롭히고 있는 모양이다. 정해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그 상대의 행동에 굴복하지 말고 나만 바라바 달라고... 나만 사랑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으음...”
“......”

그러다 조용히 눈을 뜨고 자신의 눈앞에 내 얼굴이 보이자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묻는다.

“오... 오빠! 안 주무시고... 뭐하고 계셨어요?!”
“악몽을 꿨나 보지?”
“......”
“식은땀을 많이 흘렸네. 내가 좀... 닦아 줄까?”
“아, 아니에요. 괜... 괜찮아요.”

괜찮아 보이질 않는데... 바보.

“내가 잠을 자고 있는 널 깨운 모양이네. 미안해. 어서 더 자.”
“......”
“나도 조금 더 자야겠다.”

잠에서 깨어난 정해를 등지고 돌아누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본다. 물론... 잠은 오지 않는다. 이 새벽에 쓸데없는 고민을 해야 하다니. 그래도 두 눈은 감았다. 뭔가 생각을 해야 한다. 뭔가... 머릿속이 하얗다. 밝은 빛이 눈꺼풀 위로 반영되는 듯하다. 뭘까... 아침인가.

“오빠, 이제 일어나세요.”
“......”

킁킁... 킁킁... 이 맛있는 냄새. 정해의 요리가 분명한데.

“몇... 몇 시지?”
“벌써 오전 8시라고요. 아침 드셔야죠.”
“그래? 벌써 8시야?”

잠깐 눈을 감았을 뿐인데 시간은 금세 흘러 8시라니... 무슨 고민을 했다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단 말인가.

“오빠가 좋아하는 된장찌개 끊였어요.”
“된장...”
“왜요? 별로에요?”
“아니. 고마워서.”
“훗... 오빠가 좋아하실지 알았어요. 어서 숟가락 드세요.”“응...”

정해의 된장찌개는 단연 일품이다. 엄마가 해준 된장만큼이나 달콤했고 씁쓸했으며 깊었다. 별다른 대화도 없이 아침을 먹는 가운데 정해가 먼저 입을 연다.

“저기... 오빠.”
“응?”
“있잖아요. 그게...”
“왜? 무슨 얘기인데 이렇게 뜸을 들여?”
“오빠가... 아직 화가 덜 풀리신 것 같아... 말하기가...”
“......”

분위기를 유추하건데 이건 분명 수남이가 포함된 얘기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을 안다면 처음부터 말을 하지 말던가.

“뭔데? 해 봐.”
“오늘 은정이와 수남 오빠 다시 만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혹시... 혹시 시간이 되면...”
“되면?”
“우리 넷이 여행이라도 갔다 왔으면 해서요.”
“여... 여행?”
“은정이랑 얘기해서 스케줄이 맞으면 우리 넷이 쌍쌍으로 여행을 다녀오자고요. 은정이 본가가 서해 쪽인데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 있어요. 그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 해서요.”
“우리 넷이? 다 같이?”
“네. 1박 2일로...”
“......”

정해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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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세요?머 어떻게 해야 되는거지 일케 보냄 답장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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