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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 1부
16-03-19 21:21 16,212회 0건
“위이잉~ 쿵쾅, 쿵쾅!”

하루 종일 기계음이 내 고막을 괴롭힌다. 오늘은 우리 고물상의 고물들이 큰 공장으로 팔려가는 날이기도 하다. 사장은 고함을 질러가며 바닥에 산만하게 흩어진 고물들을 한 쪽에 잘 정리하라 하고 있고 나는 그 지시에 바쁜 몸을 움직이고 있다.

“병은 병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모아 놓으라고 했는데 왜 이것들이 이렇게 뒤죽박죽이야?!”
“아, 아마도 중간에 섞인 모양입니다.”
“시끄러! 변명이야!”
“......”
“빨리 정리 하지 못해?!”
“알겠습니다.”

괜한 호통에 나는 위축되었고 삽자루를 들고 바닥에 깨진 유리조각들을 한 편으로 모으고 있을 때쯤, 우리 고물상 앞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멈춰섰다.

“끼이익!”
“오예~ 오늘 여기 주인장 돈 좀 버는 날이네!”
“형님, 오늘은 회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무조건 받아야 해! 이봐, 사장!”

건장한 남자 네 명이 차에서 내리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사장은 재빨리 몸을 숨기기에 바빴다. 저들은 누구일까.

“오늘 고물 처리하는 날인가 보네? 시기적절하게 잘 왔네!”
“주인장 어디 갔어?!”

나에게 걸어오며 묻는 한 남자는 키도 크고 덩치도 컸으며 마치...

“나 동네 양아치 아니야. 돈 빌려주니까 자꾸 어렵다고 갚지도 않은 악덕 채무자 잡으러 온 사람이야!”

양아치 같기도 한 사채업자들이었다.

“글... 글쎄요... 조금 전까지 여기 계셨는데... 어디로 가셨지?”
“이 자식들! 또 날 우롱하고 있네?!”
“네? 누... 누구신데 말씀을 함부로 하세요?”
“뭐?! 이 자식이 날 호구로 아나... 얘들아, 여기 물건 다 엎어라!”
“예! 형님!”
“우당탕탕...!”
“사장 나오라고 그래! 돈을 쓴다고 빌려갔으면 갚아야 할 것 아니야?!”
“쾅쾅쾅...!!”

막돼먹은 사채업자들이 고물상 안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 던지며 지저분한 고물상 안을 더욱 지저분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장이 모습을 보일 때까지 행패를 부릴 기세였다. 나는 두려운 마음에 사장을 찾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사장은 플라스틱이 잔뜩 쌓여 있는 더미 뒤에 몸을 숨기며 나보고 말을 잘해 돌려보내라는 수신호만 할 뿐이었다.

“저... 저기요! 잠... 잠시만요!”
“뭐야? 사장 왔어?”
“그... 그게 아니라 사장님이 지금 잠시 외출하셨는데 돌아오시면 연락을 드릴 테니 그만 좀...”
“지금 그렇게 말한 게 몇 개월 째 인줄 알아?! 그리고 너도 여기서 일하는 종업원이지?”
“아, 네...”
“네 사장 어디로 빼돌렸어? 빨리 말 안해?!”
“빼... 빼돌리다니요.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개자식!”
“퍽!”
“윽...”

흥분한 사채업자들이 나를 발로 차고 밀쳤다. 넘어진 나에게 네 명이 동시에 분풀이를 하듯 무자비하게 공격해 왔고 한동안 그들의 공격에 나의 육체에 고통을 느껴야 했다.

“죽어, 죽어! 네 사장 불러와!”
“퍽퍽퍽...!”
“으윽... 윽...”

한참이 지난 후에야 사장이 나타나질 않는 것을 본 사채업자들이 아직 화가 덜 풀린 모습으로 돌아가고 나는 고물상 가운데 덩그러니 피를 흘리며 누워 있다. 정말 아팠다. 죽고 싶을 만큼 아픈 고통이 찾아왔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사장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안쓰럽게 말을 건다.

“이... 이 봐, 괜찮아? 많이 아팠지?”
“콜록, 콜록...”
“저 못된 놈들... 돈이 없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사람을 이렇게 때리고 그냥 가네.”
“으윽... 사... 사장님.”
“어서 일어나 봐. 괜찮겠어?”
“저 사람들은 누구죠?”
“그... 그게...”

가슴에 통증을 느끼는 날 의자에 앉히고 천천히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한 사장.

“3개월 정도 전에 내가 급하게 돈이 필요했지. 내 성격상 누구에게 돈을 빌리고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어떤 젊은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나타나 모든 자금을 빌려줄 테니 자신이 내민 서류에 서명만 해달라고 하더군. 그때 내가 미쳤었지... 그 서류를 꼼꼼히 읽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서명을 해줬는데 그게 글쎄...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고물상을 철거하겠다는 승낙서였던 거야. 재계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나는 뭘 해먹고 살아야 하는지도 막막하고...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받았는데... 나중에 그 서명이 무효라고 하자 그럼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난리지 않나.”
“채무 상환기간은 얼마였는데요?”
“1년이라고 했어. 그런데 서류에는 한 달 안에 갚겠다는 내용이었고 연채가 되면 하루에 빌려준 원금에 100%씩 이자가 발생하다는 내용이 있더군.”
“헐... 이자가 100%?”
“누가 알았나... 그런 악덕고리업자였는지.”
“받으신 돈은 모두 사용하셨고요?”
“우리 딸, 내 딸이 아파. 수술비로 이미 사용한 후라 다시 돌려줄 수도 없는 일이야. 그리고 그 많은 돈을 당장 어떻게 만들겠어? 오늘 고물을 판돈으로 병원비와 약값을 해결해야 하는 판인데...”
“답답하시겠어요.”
“에휴... 나이 먹고 늙었는데... 힘도 없으니 살면 뭐해.”
“......”

정말 막연하기만 한 사연이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고 한숨만 쉬는 사장의 표정을 보면 딱하기만 했다. 그건 그렇고 아까 얻어맞은 부위가 자꾸 욱신거려 의자에 앉아 있기도 불편한 상황이다. 눕고 싶다. 그냥 아무 고민 없이 눕고만 싶었다.

“자, 이거라도... 붙여.”
“네?”

미안했던지 사장은 나에게 덜컹 파스를 내밀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사장을 보니 마음이 무겁기만 했고 씁쓸하기까지 했다.

“여기가 맞아?”
“아, 아... 맞아요. 살살...”
“이거 몇 장 붙이고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
“나도 많이 맞아봤는데, 제일 좋은 게 바로 이 파스더라고.”
“사장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모르지... 이 세상이 내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바라는... 대로...”

그 순간, 갑자기 떠오른 게 있다. 바로... 다이어리. 지난번 고물을 정리하다 발견한 그 다이어리. 물론 아직 모든 게 확인 된 것은 없다. 그저 우연으로 사건들이 맞아 떨어졌을 뿐... 또는 어떤 철없는 아이의 장난일지도 모를 그 다이어리.

“오늘은 몸도 편치 않으니 그만 퇴근해. 남은 일은 내일 다시 하지.”
“알... 알겠습니다.”

조기 퇴근을 시켜주는 사장을 뒤로하고 다리를 쩔뚝이며 돌아서는데 사장이 뒤에서 나를 다시 부른다.

“그리고... 이거... 가져가.”
“뭔... 뭔데요?”
“가져가.”

사장은 내 한쪽 호주머니에 무언가를 쑤셔 넣는다. 그게 뭔지는 잘 몰랐지만 워낙 몸이 아파 거부도 할 수 없었다. 사장은 나에게 무언가를 주고는 말없이 고물상 사무실로 향했고 나도 사장의 처량한 뒷모습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골목을 지나 우리 집 앞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 앞에 도착하자 목이 말랐다. 아직 월급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돈이 없는 상황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본다.

“응? 이게 뭐지?”

아까 사장이 무언가 내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만원 한 장이었다. 내가 자신의 일 때문에 사채업자들에게 얻어맞고 있는 것을 보고 미안했던 모양이다. 형편이 좋지 않아 많이 넣어주시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만은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되는 것 같았다.

“사장님...”

구멍가게에서 요구르트 몇 줄을 사고 라면과 계란도 하나 샀다. 집에서 오늘 첫 끼니를 먹기 위해서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윗옷부터 벗고 거울에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본다.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서인데 상처라기보다 타박상에 가까운 파란 점들이 잔득 보인다.

“나쁜 새끼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에게 이게 뭐하는 건지...”

나에게 상처를 준 사채업자들을 흉보며 사장이 붙여준 파스를 다시 잘 정리하려던 중 거울에 비춘 그 물건이 보인다.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은 다이어리.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그 다리어리를 쳐다본다. 그리고 혹시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에이... 설마... 그냥 우연이겠지.”

그래, 이건 그냥 우연이었어. 아니, 어떤 철없는 아이가 장난을 친... 장난을 친...
혹시 모르는 일인데... 장난이어도 그냥 좋은 의미에서 작성된 글을 하늘이 몰라 줄 리도 없고... 그래... 나도 장난 한 번 치지 뭐.

“음...”

다이어리를 집어 들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펜을 찾기 위해 우리 집 안을 둘러본다. 펜을 집어 들고 빈 페이지에 뭐라고 작성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본다. 그렇게 장고를 거듭하다 나의 첫 글이 다이어리에 쓰여진다.

“사장님의 채무가 누군가에 의해 갚아지고...”

그 다음 뭐라고 써야 할지 몰랐다. 갚아진 다음은 어떻게 되었으면 좋을까. 다시 고민에 빠져 있다 생각난 사장의 말.

.....
..........
...............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고물상을 철거하겠다는 승낙서였던 거야. 재계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나는 뭘 해먹고 살아야 하는지도 막막하고...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받았는데...”

...............
..........
.....

“갚아지고... 아파트 건설계획이 취소될 수 있게 해주세요.”

너무 소박한 소원을 적었나 하는 생각에 혼자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이왕이면 로또라도 당첨되어 사장이 돈 걱정 없이 아픈 딸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적을 걸 그랬나보다. 바라는 게 너무 많으면 오히려 죄를 받는 법. 그냥 이렇게 소박한 소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착한 생각을 할 줄 아는 아주 바른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 칭찬했고 만족해했을 뿐이다. 타인을 위해 이런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선행이고 나눔이지 않겠는가. 자기만족을 뒤로 한 채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아픈 몸을 이끌고 고물상으로 출근을 했다.

“안녕하세요.”
“오, 왔어? 몸은 좀 어떤가?”
“사실대로 말씀드릴까요?”
“아니.”
“아파요. 죽을 만큼.”
“듣기 싫다고 했잖아.”
“그래도 들으셔야죠. 산재처리라도 해주시면 감사하고요.”
“그런 거 없어.”
“그럼 책임보험이라도 가입해 놓은 신 것 없으신가요?”
“일하자. 어제 정리하지 못해서 많이 밀려있다.”
“혹시나 해서요.”
“일하자.”
“네...”

밴댕이 소갈 딱지 같은 노인네. 자기 때문에 내가 어제 그렇게 고생했는데 빈말이라도 도와주겠다고 하면 신체에 무슨 변화라도 생기는 것인가. 치사뿡...
그런데 그때 아침 일찍 어제 왔었던 악덕고리업자들이 도착했다. 그 모습에 사장은 꽁지에 불이나케 사무실 뒤편으로 몸을 숨기고 또 나만 고물상 한 가운데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끼이익!”
“아이고, 우리 사장님. 어디에 계신가요?”

어제와 달리 기분이 좋아진 사채업자의 두목 같은 남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차에서 내린다. 또 무슨 꿍꿍이인지...

“사... 사장님, 아직 출근 안 하셨는데요.”
“아, 어제 그 친구네. 하하하!”
“다... 다음에 오세요. 지금 사장님이...”
“아니야, 아니야. 오늘을 만나고 가야할 것 같아. 그동안 밀린 이자에 원금을 한 번에 다 갚아 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는 하고 가야지.”
“네, 그렇죠. 밀린 돈을 모두 갚으... 네?!”
“어떤 남자 명의로 우리 사무실에 아침 일찍 가방이 도착했는데...”

두목의 말과 함께 타고 온 차에 있던 남자가 트렁크에서 엄청나게 큰 가방을 꺼내들며 지퍼를 연다. 그 안에는 수북하게 쌓여 있는 현금다발이 있었고 나는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하하하! 진작에 이렇게 갚았으면 우리도 별 행동 안했을 건데. 사장님이 왜 이렇게 출근이 늦으시지.”
“정... 정말 돈을 다 갚았다고요? 누가요?”
“그러게. 가방 앞에 이름이 쓰여 있었는데 돈을 갚은 자의 이름이... 누구더라... 야, 누구라고 했냐?!”
“이태수입니다!”
“오, 이태수. 그 분이 여기 사장님 돈을 대신 갚는다면 편지도 써놓았지. 정말 좋은 분이야.”
“이... 이태수? 정말 이태수라고요?”
“야, 그 편지 가져와봐.”
“여기 있습니다.”
“자, 한글은 읽을 줄 알지? 여기 이름 써 있는 거 보여?”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두목이 내민 편지의 맨 밑에 써 있는 사람의 이름은 분명...

“이태수.”

내 이름과 같은 동명인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더욱 놀란 것은 다이어리의 우연 때문이었다. 내 눈을 의심하며 손으로 눈을 비볐고 다시 한 번 이름을 확인했지만 분명 그건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었다. 설마...

“정말이네? 정말 돈을 다 갚고... 또한 이름이...”

믿지 못하는 나를 바라보던 두목이 묻는다.

“이 사람 왜 이래? 그건 그렇고 자네 이름이 뭔가? 어제 우리 애들이 좀 심했지?”
“......”

두목이 묻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있자 나를 유심히 쳐다보던 두목이 다시 한 번 묻기 시작한다.

“이 봐, 너 이름이 뭐냐고?”
“전... 전...”
“그래, 이름이 뭐야?”
“이...”
“이?”
“태...”
“이... 태?”
“이태수라고...”
“이태수라고? 이름 멋지네. 이태수. 이태수... 이태수?!”
“......”

적막...

“네가 설마 이 많은 돈을 대신 갚은 이태수냐?!”
“설... 설마요...”
“이 자식... 엄청난 재력가였어! 하하하!”
“제... 제가요? 뭔가 잘못 된 것 같은데요...”
“왜 이러고 사나 했더니... 은둔형 갑부였네! 앞으로 이곳에 지어질 아파트 공사도 잘 부탁해!”
“으윽... 제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네 이름이 이태수라며?”
“네. 이름은 동명인데... 제가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겠어요.”
“그럴수도 있겠군.”
“그럴 수도 있겠군이 아니라 당연히 아니죠.”
“음... 아무튼 돈은 갚았으니 이제 이곳을 비워줘야겠어. 이제 곧 아파트 공사를 진행해야 하니까 말이야.”
“억지입니다.”
“시끄러! 아무튼 다음 주에 이곳을 철거하러 올 테니 그전에 이사를 하던 폐업을 하던 알아서 하라고!”
“윽...”

강제였고 억지였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왜 떠올랐을까. 힘 있고 돈 있는 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도시라는 것에 실망감이 감돌 때, 두목의 부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띠리링~ 띠리링~”
“여보세요,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당황한 부하가 두목을 찾는다.

“형... 형님, 급한 전화입니다. 한 번 받아보십쇼!”
“누군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나 지금 이 멍청한 자식과 얘기하고 있는 거 안보여?”
“전화 좀 받아 보십쇼. 정말... 정말 급한 전화입니다!”
“에잇, 짜증나. 이리 줘봐!”

부하게 전화를 건네받은 두목은 허세를 앞세워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통화를 시작한다.

“여보세요~ 조 사장입니다. 아,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두목은 전화를 받으며 자신을 조 사장이라고 소개했고 의원이라는 말에 전화를 받은 채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통화를 시작한다. 그 목소리는 정말 간사함에 극을 달리는 듯한 목소리였고 정말 볼품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네?! 취... 취소라니요? 아파트 공사가 왜 취소가 되었다는 겁니까?!”

나도 그 소리에 놀랐다. 기존에 공사가 예정되었던 아파트의 부지가 다른 지역으로 변경되면서 더 이상 아파트 공사를 위한 철거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이었다. 조 사장은 펄쩍 뛰며 묻는다.

“저에게 이 공사의 절반을 주신다는 말은 어떻게 된 겁니까? 설마 그것도... 날아간 것 인가요? 말도 안 됩니다! 제가 그동안 밀어드린 자금이 얼마인데...!!”

통화가 끝나자 조사장은 뒷골을 잡으며 뒤로 넘어졌고 바로 엠블란스로 병원에 후송되었다. 모두 돌아간 고물상은 조용하기만 했고 사무실 건물 뒤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고물상 사장이 천천히 걸어나온다.

“자... 자네가... 정말 다 갚은 건가?”
“사장님... 그게...”
“툭...”

사실을 확인하려고 했던 사장이 나의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릎을 꿇고는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나는 당황스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그런 사장을 말없이 위로해 줄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뭘까... 정말... 내가 쓴 다이어리가 이루어 진 것인가?”

아무리 골백번 생각을 하고 의심을 해도 다이어리에 대한 신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호기심이 생겨났다. 다이어리에 글을 적으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게 사실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무작정 다이어리를 펴고 펜을 잡은 뒤 빈 페이지에 펜대를 옮긴다.

“다음 소원은... 아니, 다음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은 것은...”

무엇을 적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세계 최고의 갑부 빌게이츠의 재산이 내 명의로 바뀌게 해달라고 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 예쁜 연예인이 내 마누라가 되어 달라고 해야 할까...

“아, 머리아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대로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있을 때쯤 천천히 잠이 왔다. 하루 종일 믿을 수 없는 일과 고된 노동이 복합된 탓에 피곤함의 졸음이 오고 있는 모양새다.

“아... 뭘 적지... 뭘...”

혼자 중얼거리다 천천히 잠이 든 나는 꿈을 하나 꾸게 된다. 그것은...

.....
..........
...............

“누가 알았나... 그런 악덕고리업자였는지.”
“받으신 돈은 모두 사용하셨고요?”
“우리 딸, 내 딸이 아파. 수술비로 이미 사용한 후라 다시 돌려줄 수도 없는 일이야. 그리고 그 많은 돈을 당장 어떻게 만들겠어? 오늘 고물을 판돈으로 병원비와 약값을 해결해야 하는 판인데...”
“답답하시겠어요.”
“에휴... 나이 먹고 늙었는데... 힘도 없으니 살면 뭐해.”
“......”

...............
..........
.....

꿈이라기 보단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았다. 어제 고물상 사장과 나눈 이야기의 한 부분이 내 꿈에서 떠올랐고 그대로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구타의 상처에서 느끼는 고통도 감내해야 했고 멍한 표정으로 다이어리를 집어 든다.

“딸... 딸이라...”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 이 다이어리가 정말 그런 힘이 있는 것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고물상 사장은 자신의 딸이 아파 수술비와 병원비를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힘들고 어렵게 살고 있는데 딸이 완쾌가 된다면 더 없이 완벽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라 판단했다.

“고물상 사장... 아니지. 이렇게 적으면 대한민국 모든 고물상 사장들 아픈 딸들에게 뭔일이 일어날 것이고... 그럼 객관성이 없어져. 딱 집어 말을 해야겠군.”

이미 적었던 다섯 글자를 지우고 디테일하게 다이어리를 적기 시작했다.

“소원자원 사장 딸이 병에서 완쾌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고물상에 놀러 왔으면 좋겠다.”

그 글은 내가 다이어리를 발견하고 두 번째로 적은 내용이었다. 첫 번째야 운이 맞아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이번은... 무슨 병인지는 모르지만 수술까지 해야 하는 큰 병이라면 기적이 일어 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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